[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화재현장에는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 부상자를 돌보고 병원으로 이송하는 구급대원, 현장을 정리하는 경찰관 등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직업 외에도 항상 화재현장에 빠지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화재가 진압된 후 현장에 투입되어 발화원인을 밝히고 범죄 연관성을 조사하는 화재감식전문가다.

 

■ 화재감식전문가가 하는 일은?

 

화재감식전문가는 제일 먼저 화재 현장의 형태나 모습, 그리고 목격자나 피해자의 진술을 통해 범죄 연관성을 확인하는 '1차 조사'를 진행한다.

 

만일 1차 조사에서 범죄 혹은 실화의 가능성을 포착하면 조사내용과 화재현장의 일치성을 파악하는 감식 절차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목격자가 천정에서부터 불길이 치솟았다고 하면 실제로 그러했는지 비교해 보는 절차를 의미한다.

 

일치성 여부를 검사한 후 현장보존 사진을 촬영하고 나면 본격적인 감식 작업이 시작된다. 

 

불이 시작된 발화점을 발견해야만 범죄여부인지를 확실히 알 수 있고 어떤 물질을 가지고 방화 혹은 실화하였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감식의 출발점이 되는 발화점을 발굴해야 한다.

 

발화위치가 확인되면 여러 가지 흔적을 찾고 화재 발생 전 상태로 화재 현장을 복원한다. 복원 작업을 마치면 불길의 진행 방향을 확인하고 발화원인을 조사한다. 발화원인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주로 제거법이라는 방법을 이용하여 밝혀낸다. 제거법이란 모든 가능성을 두고 하나씩 확인하여 관련 없는 것을 제거해 나가는 방법이다.

 

화재원인에는 크게 전기, 기계적 마찰, 자연발화, 화학물질 등이 있기 때문에 이 모든 원인을 현장에 대입하여 하나씩 제거하다 보면 발화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

 

화재감식전문가는 이러한 조사를 통해 화재가 방화인지 실화인지 판별하고 수사관들에게 결과를 알려준다. 감식업무 외에도 경찰 직무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기도 하며 평소에 발화원인에 대한 관련 자료를 습득하는 등 꾸준한 공부가 필요한 직업이다.

 

■ 화재감식전문가가 되는 법은?

 

범죄와 관련된 화재감식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경찰서, 소방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입사해야 한다. 즉 경찰관, 소방공부원 등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거나 특채로 입직할 수 있으며 입사 후에는 관련부서에서 일을 하면서 업무를 배우게 된다.

 

또한 각급 경찰학교에서 관련교육을 받을 수 있다. 관련 국가자격증으로는 2011년 고용노동부령에 의거 국민안전처에서 주관하는 화재감식평가기사, 산업기사와 소방방재청에서 시행하는 화재조사관 시험이 있다.

 

보이지 않는 단서를 조사해서 찾아내는 일을 하기 때문에 꼼꼼하고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적합한 직업이다. 또한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해서 분석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특별한 전공을 요구하고 있진 않으나 화재와 관련된 전기, 건축, 화학, 안전공학 등의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이 일을 하는데 유리하다. 화재감식, 현장복원 등화재현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구력과 건강한 체력도 필요하다.

 

■ 화재감식전문가의 현재와 미래는?

 

현재 경찰, 소방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화재감식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은 약 1500명 정도다. 경쟁이 치열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야 하기 때문에 입직이 쉽지는 않지만 건축·시설물이 고층·심층화되고 고압가스나 위험물을 이용한 에너지 소비량의 증가하면서 화재발생 위험요소가 많아져 화재감식과 관련한 인력수요가 늘고 있다.

 

이 외에도 화재보험협회, 대기업 화재조사팀,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 화재 감식 관련 연구소 등으로 진출할 수 있다. 특히 화재보험회사, 전기제품 제조회사 등 범죄와 관련되지 않은 다른 곳에서 화재 감식의 일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화재보험회사에서는 보상과 관련하여 화재인지 보험금 등을 노린 방화인지 등을 판단하는 일을 하고 있고 제조회사에서는 2002년 시행된 ‘제조물 책임법(PL법)’에 따라 화재 책임이 자사 제품에 의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화재감식 업무를 수행한다.

 

이런 민간의 화재 원인 분석과 그로 인한 재산피해액 보상을 위한 분쟁도 증가해 화재감식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