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78)]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 검열관 ③검열단 자체 특별교육서 '전구 유도탄 작전(TMD) 전문가'로 각인돼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2.09.23 14:41 ㅣ 수정 : 2022.09.23 14:41
검열관과 피검열부대는 창과 방패의 관계, 실력없는 검열관은 전체를 망신시켜
[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검열단 자체 특별교육(방공작전, TMD)은 검열단장의 승인을 받아, 1월 말의 어느 날 오후에 검열단장 임석하에 전체 검열관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였다. 많은 고참 검열관들은 필자에게 ‘부임한지 한달도 되지 않았는데 특별 교육을 한다’고 격려 내지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특히 전구 유도탄 작전(TMD)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검열관들은 단거리 대공포(구경 20mm 발칸포 등) 운영에 대해서는 대략 알고 있었으나 전반적인 방공작전 체제와 개념, 탄도탄 방어 작전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특히 TMD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내용이 많은 듯했다. 약 1시간 정도 교육을 진행했고, TMD에 관한 기본적인 수준의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을 하면서 교육을 마쳤다.
교육 후 검열관들의 반응은 꽤 긍정적이었고, 1시간 정도의 짧은 교육이었지만 ‘검열관으로서 알아야 할 방공작전 및 TMD에 관한 개념’은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생각했다. 교육 이외의 부수적인 성과라면 필자가 부임 후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체 검열관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다보니 그들에게는 필자가 TMD 전문가로 매우 인상 깊게 각인이 되었던 것 같았다.
시간은 화살과도 같이 흘러 어느덧 봄이 되었다. 그동안 한차례의 연합연습과 3~4회 정도의 불시 검열이 있었다. 연합 연습시에는 장기간 출장을 가기 때문에 꽤 큰 가방에 갈아입을 군복, 속옷, 기타 필수품 등을 챙겨 간다. 출근 버스에 큰 가방을 가지고 타면 필자가 검열관인 것을 아는 선후배들은 “이번에는 어디로 가세요?”하고 묻는다.
출근 버스에 탄 선후배들은 국방부나 합참에 근무하는 장교들이기에 서로의 업무 범위를 대략 안다. 정기검열 행선지는 비밀이 아니므로 “00로 갑니다” 하고 대답하고는 그들에게 “연합연습 즐겁게 하세요!”라고 한마디 더한다. 그러고는 서로 웃는다. 연합연습을 즐겁게 하라는 말 때문이다. 연합연습은 아무리 많이 해도 부담되고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검열관들은 연합연습에 참가하는 부대를 검열하는 입장이므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돌이켜보면 검열단에 근무할 때는 출근할 때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출근했다. 물론 타부대에 대한 검열 준비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스트레스지만 국방부나 합참의 정책부서에서 실시하는(시간을 다투는) 현안업무 수행과는 성격이 다르기에 그랬을 것이다.
그 해의 첫 연합연습이 끝나고 이어서 해병대사령부에 대한 정기검열이 있었고, 검열관들은 몇 개의 팀으로 나뉘어서 해병대사령부 및 예하부대에 가서 검열을 실시했다. 해병대사령부와 예하 부대는 합참 방공과장 시절에 몇 번 지도방문을 실시한 경험이 있어서 낯설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도방문과 검열은 다르다. 사전에 각종 작계와 예규 등을 검토하고 실무부대에 가서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개선하여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등을 확인하는데, 사령부 본부나 여단 본부에서 확인할 것이 따로 있고 말단 예하부대까지 가서 현실태를 파악할 필요도 있다. 움직이는 동선이 길어지다 보면 미리 계획한 검열을 일과 시간내에 마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 보면 일과시간을 넘길 때가 간혹 있었다.
검열관의 보고서 내용에 따라서 피검열부대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검열관 입장에서는 직계나 예규에 근거해서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판단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담당자에게 확인서를 받는다. 예전에는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검열관으로 근무할 때에는 어떤 문제점이 발견되면 담당자를 불러서 문제점을 얘기하고 담당자의 생각이 어떤지를 묻는다. 그리고 담당자가 검열관의 문제 제기를 수긍하면 확인서를 받았다.
그러나 검열관이 해당 부대의 작계나 현실을 잘 모르고 엉뚱한 지적을 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해당 부대에서는 곧바로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이러이러한 면이 잘못되었다고. 만일 그런 상황이 여러번 발생하면 그 검열관은 매우 실력도 없고 불성실한 검열관으로 알려지게 될 뿐 아니라 검열단의 위상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군 최고의 검열기구가 전문성이 없다고 한다면 누가 검열 결과에 수긍하겠는가?
이렇기 때문에 평소 출근할 때는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출근하지만, 검열 준비를 할 때, 그리고 피검열 부대에 가서 검열에 집중하다보면 검열관들은 생각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다고 검열을 대충대충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당연한 얘기겠지만 검열관들은 한국군의 전투준비태세 향상을 위하여 근무한다는 사명감과 ‘공정한 검열업무는 자신의 실력과 명예’라는 생각으로 검열관 업무를 수행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며칠간의 예하 부대에 대한 검열을 모두 마치고 전 검열관이 해병대 사령부로 집결했다. 다음날 사령부 본부에 대한 검열을 실시하면 실질적인 해병대사령부 검열은 종료된다. 모두들 피곤한 몸으로 해병대사령부의 외래자 숙소로 돌아와서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숙소의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늘 그러듯이 새벽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별로 좋은 소리는 아니다. 처음에는 꿈이길 바랬지만 점점 전화벨 소리가 커지면서 꿈이 아닌 것을 깨닫고는 수화기를 들었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