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두 얼굴, '공정성' 외치면서 '조합원 고용세습' 명시한 단체협약 주도해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사회적으로 '공정성'을 강조해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들이 정작 사측과의 단체협약에서는 조합원 직계자녀 등의 '고용세습' 조항을 넣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1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사 단체협약 1057개를 조사한 결과 63개에 위법한 우선·특별채용과 같은 '고용세습' 조항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 시정 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그런데 단체협약에 이처럼 채용관련해 위법사항을 포함시킨 사업장의 노동조합의 상급 단체로는 민주노총이 43개로 전체의 68.3%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28.6%인 18개, 민주노총·한국노총과 관련이 없는 사업장은 2개에 그쳤다.
63개 사업장의 위법사항을 유형별로 분류하면 정년 퇴직자·장기 근속자·업무 외 상병자·직원 직계가족 채용 조항이 58개이다. 직원의 자녀와 같은 직계가족이 쉽게 입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노동조합·직원 추천자 채용 조항도 5개에 이른다.
최고경영자(CEO)나 유력인사가 추천해 가산점을 부여하는 경우 '채용비리'로 규정돼 검경의 수사까지 받아야 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이 같은 고용세습은 노조의 탈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용세습을 제도화하기 위한 방법은 노골적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단체협약에 "회사는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의 자녀에 대하여 채용 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명시한 사업장도 있다.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의 자녀는 다른 구직자와의 경쟁과정없이 우선적으로 특채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영진의 비리에 대해서는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는 민노총 등이 조합원의 자녀는 손쉽게 취업할 수 있도록 '낙하산 인사'를 제도화한 셈이다.
또 "회사는 채용 시 재직 중인 직원의 자녀와 직원이 추천하는 자에 대하여 전형 절차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는 조항도 사례로 예시됐다. 재직중인 직원의 자녀 뿐만 아니라 직원이 추천하는 사람도 가산점을 부여해서 다른 경쟁자보다 우위에 설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청년들의 공정한 채용 기회를 박탈하는 우선·특별채용 조항은 취업경쟁이 치열한 300명 이상의 대기업에서 더 많이 발견됐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우선·특별채용 조항이 있는 단체협약 63개를 해당 사업장의 규모별로 살펴보면 300명 미만 30개(47.6%), 300∼999명 21개(33.3%), 1000명 이상 12개(19.0%) 등이다.
노동부의 조치는 강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위법한 단체협약에 대해 시정을 명령하고,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사법 조치할 방침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소위 '고용 세습' 조항은 일부 구직자·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라며 "불합리한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도록 노사를 지도하고, 위법한 단체협약이 확인되면 시정명령 등을 통해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경영인 및 임원, 사회 유력인사의 자녀 채용은 '채용비리'로 수사대상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고용세습은 시정명령에 그치는 것이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