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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도 옛말, 한국은행‧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이탈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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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춘 기자
입력 : 2022.04.10 06:30 ㅣ 수정 : 2022.04.10 07:22

한은 상반기 20명 가량 이탈, 연봉 상대적 박탈감 영향
산은도 10여명 가까이 중도이탈, 부산 이전 이슈 여파
지방이전‧희망퇴직 등 불확실성 확대 추가이탈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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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국책은행을 떠나는 젊은 직원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금융 공기관은 높은 연봉과 직업 안정성 때문에 금융업계에서도 선망하는 직장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민간 금융사의 임금 상승 폭 확대로 연봉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데다 지방 이전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탈(脫) 국책은행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2개월 동안 13명이 중도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 2월 7명, 3월에는 6명이 퇴사했다”며 “대부분 퇴직 사유는 이직이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 정기인사 때는 직원 6명이 한꺼번에 퇴사, 지금까지 은행을 떠난 인원만 20명 가까이 된다. 지난해에도 5월 한 달 새 8명의 직원이 줄사표를 냈다. 핵심부서로 여겨지는 금융안정국과 금융시장국 5년 차 직원의 이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 한은, 2030 핵심 인력 이탈...제자리 연봉 ‘불만’

 

실제로 한국은행 직원 수는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5년(2228명)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 지난 2019년 2468명을 기록한 이후 2020년 2458명, 2021년 2430명으로 줄었다.

 

최근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간 한은을 중도 퇴직한 직원 수는 모두 31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36명, 30대가 99명, 40대 63명 등이다. 모두 한창 일할 나이로 대부분 이직을 목적으로 회사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

 

매년 30명 가까이 회사를 떠나는 셈인데 올해 들어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시중 대형 은행이나 인터넷은행, 자산운용사와 같은 투자회사 등 민간 금융사를 비롯해 IT‧핀테크, 가상자산업체 등 다양하다.

 

이 같은 젊은 인력의 이탈은 경직된 조직문화뿐 아니라 연봉 등 급여환경도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직원들의 연봉 수준이 낮다고 볼 수 없다. 지난해 한은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615만원, 대졸 초임연봉은 4900만원이다. 다만 민간 금융사들의 임금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급여 측면에서만 놓고 보면 국책은행이 더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은은 낮은 임금인상률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한은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같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 2020년 기준 평균 연봉이 1억1200만원이었던 것에 비해서도 낮다. 과거에는 한은이 산은보다 높은 임금을 받았지만 한은이 수년째 0~2% 수준의 임금인상률에 머물면서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민간 금융사 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전년대비 7.7%오른 1억12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퇴임한 이주열 총재는 송별간담회에서 “임금 수준과 관련해 직원들이 불만이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또 실제로 한은 직원들의 급여 수준이 비교가 가능한 여타 기관 대비 낮은 것도 사실”이라며 “재임 기간에 이를 개선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직원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금융 공기관 이전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한은이 가진 안정성 강점도 흔들릴 우려가 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한국은행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현실화하기까지에는 많은 과정이 남아있다. 다만 차기 정부가 금융 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배제하긴 힘들다.

 

한은의 지방 이전 문제가 본격화되면 직원들의 이탈 움직임은 더 가속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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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사진=연합뉴스]

 

■ 산업은행 등 지방이전 추진, 인력 유출 가속화 

 

한국은행 만큼이나 인력 이탈 우려가 큰 곳이 현재 부산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도 이달 초 10여명 가까이 은행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정확한 수를 말하긴 어렵지만 올해 들어 지금까지 10명 미만의 직원이 중도 퇴사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현실화를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전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돼왔다.

 

산업은행의 전체 임직원 수는 2021년 기준 3679명이다. 국내 근무자만 3197명 중 여의도 본점 등 서울에서만 전체 인력 절반이 넘는 1800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게 되면 일부 인력을 제외한 본점 인력 약 700~800명가량이 함께 근무지를 이동해야 한다.

 

이에 저연차, 결혼적령기인 젊은 직원 사이에선 서울 내 다른 직장으로 이직을 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부산 이전이)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산은뿐 아니라 다른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지방 이전도 거론되면서 젊은 인력 이탈 움직임이 금융 공기관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에 따른 추가 이탈 가능성도 점쳐진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인력 적채 현상으로 임금피크 대상자가 증가하면서 희망퇴직 재도입을 검토하는 등 인력 조정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책은행들의 지방 이전 문제가 구체화되면 내부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와 함께 희망퇴직까지 시행되면 은행을 떠나는 중도이탈자 수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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