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 금융권 인사태풍 부나…산은·기은 등 CEO 거취 ‘촉각’
금융공기관 및 국책은행 수장 인사 변동 예고
친정부 인사 윤종원·이동걸 교체 가능성 거론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5년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금융권 인사 구도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정치권 입김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 분야인 만큼 벌써부터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CEO 등 임원들의 향후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정부의 직접적인 인사 영향권에 있는 금융당국을 비롯해 핵심 국책은행의 수장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KDB한국산업은행(산은), IBK기업은행(기업은행), 한국은행(한은), 한국수출입은행(수은) 등 국책은행 기관장의 임기가 끝났거나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새 정권의 원활한 금융정책 수립과 이행을 위해 이들 대상으로 상당수 인적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 文 경제수석 출신 윤종원 기업은행장 임기 채울까
올해 말(12월)까지 임기인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남은 임기를 채울지도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다. 문재인 정권 첫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윤 행장은 대표적인 친정부 국책은행 수장 인사로 꼽힌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진 만큼 윤 행장의 연임은 쉽지 않아 보이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연임보다는 윤 행장이 임기를 채울지에 더욱 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윤 행장은 취임 이후 실적 측면에서는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노사문제는 대내외적으로 적잖은 잡음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 역시 윤 행장의 잔여 임기를 위협할 정도의 악재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책임론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16일 금융당국으로부터 해당 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불완전판매 행위와 투자광고 규정 위반행위 등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업무정지 1개월, 과태료 47억1000억원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당국의 징계 처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피해자와의 피해구제안을 두고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며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윤 행장이 취임 당시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앞서 윤 은행장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노조와 협의하고 추진했지만 금융당국의 벽에 막혀 도입하지 못했다. 지난 2020년 윤 행장 취임 당시 노조는 ‘낙하산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정권 측근 인사가 이어지면서 보은 인사의 대표적인 기관이라는 인식이 짙었지만, 내부 출신 은행장도 배출했고, 이들의 임기는 보장돼 왔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도 큰 인사 변동이 생기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임인 김도진 전 은행장 또한 지난 2016년 취임한 이후 문재인 정권 교체 이후에도 2020년까지 임기를 모두 마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윤 행장이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을 역임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점을 감안, 정권 교체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전임 은행장도 정권 교체 이유로 퇴임하진 않았다”며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임기를 못채운 사례는 없는 만큼 교체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동걸 산은 회장 거취 '불투명'…한은 후임자 선정 속도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또한 올해 10월 임기가 끝난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지난 박근혜 정부시절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차관을 역임하는 등 차기 정권과의 마찰요인이 크게 없는 데다 남은 임기가 짧아 임기를 무난히 마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다른 국책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연임 사례가 단 한 차례에 그치는 등 드물어 방 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산업은행의 경우 이동걸 회장의 임기가 내년 9월로 다른 국책은행 기관장보다 많이 남아있지만 산업은행 특성상 교체 가능성이 있다.
국내 산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만큼 정권교체 때마다 가장 먼저 하마평에 오르는 곳이 산업은행 회장 자리다. 더욱이 윤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여러 차례 산업은행 부산 이전 의지를 드러내는 등 많은 관심을 표한 곳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며 산업은행 수장으로 발탁,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산은에 산적해 있던 지배 기업들의 구조조정 작업을 펼쳐왔다. 특히 가장 난제로 꼽혔던 대우건설의 매각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헐값매각 등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KDB생명 등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기가 많이 남았고 마무리되지 않은 매각 작업 등 과제가 남아있어 임기를 채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부와 정책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기관 특성과 정권교체와 함께 회장 자리가 바뀌어왔던 전례를 고려하면 임기를 끝까지 마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이 회장이 과거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비상경제대책단 출신으로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고 있어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한국은행의 경우 이주열 총재가 이달 31일 임기를 마무리하고 퇴임이 결정된 만큼 향후 수장 인사 방향이 분명하다. 한국은행 총재는 한 차례만 연임이 가능해 2014년 취임 후 한 차례 연임한 이 총재가 다시 자리를 지킬 순 없다.
이 총재 퇴임으로 후임 선정 작업만 남은 상황이다. 한국은행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로 윤 당선인의 의중이 중요하다.
윤 당선인의 임기가 오는 5월에 시작되는 만큼 현 정권에서 무리하게 후임자 임명을 할 것으로 보긴 힘들다. 다만 오랜 기간 자리를 비워둘 수 없는 만큼 당분간 부총재 대행체제를 유지하거나 당선인 측 의견을 반영해 이번 정권에서 후임자를 빠르게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후임자 하마평에 내부인물로 이승헌 현 한은 부총재와 윤면식 전 부총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외부 인물로는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수석이코노미스트) 겸 경제자문역, 윤 당선인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윤 당선인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김 교수는 한은 총재 외에도 경제부총리, 청와대 경제수석 등 금융당국 수장 유력 후보군으로도 꼽히고 있다.
■ 금융공기관·금융사 예의주시…윤 당선인 금융 인맥 주목
이 밖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서민금융진흥원 등 금융 공기관 기관장 교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1월 취임한 권남주 캠코사장과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은 너무 이른 교체라는 점에서 차기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출신의 김정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과 지난해 1년 연임에 성공, 2022년 6월4일 임기가 종료되는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부총리,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수장들의 인사 교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 금융사도 인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주요 금융당국 및 금융공기관 기관장 인사 변화 후 시중 금융사의 임원 변동사항도 주요 관심 대상이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의 기관장 인사에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 정부 수립 후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윤 당선인의 금융권 인맥에 주목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윤 당선인의 모교 충암고 출신 여의도 모임인 ‘충여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충여회는 2005년부터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충암고 동문이 친목 모임을 시작하면서 형성됐다. 현재는 50여명 안팎으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은행권 주요 인사로 서울법대 출신으로 윤 당선인의 1년 후배인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이 대표적인 인맥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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