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 운동하는 젖소 vs 새우깡 블랙 운동하는 새우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스트레칭하던 여성들이 젖소로 변하고 남성이 우유를 마시는 광고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몰래 여성을 불법 촬영하는 장면과 여성을 젖소에 비유한 장면이 여성 혐오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도덕성의 문제와는 별개로 광고 표현의 적합성과 비유의 적절성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과거 행복한 젖소의 우유가 더 영양가 높고 맛있다는 낯선 주장을 펴는 광고가 있었다. 영양가 높은 사료를 먹고,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건강한 젖소의 우유가 더 몸에 좋을 것이라는 주장은 쉽게 납득이 가지만 행복한 젖소는 좀 뜬금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가축들이 맛이 없다거나, 일본에서 소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며 키운 소고기가 10배 이상의 가격에 팔린다거나, 좁은 우리보다는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넓은 초원에서 방목된 젖소의 우유가 더 영양가가 높고 맛있다는 기사를 접했던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낯선 주장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차별화된 참신한 주장으로 받아들여졌다.
“젖소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가?” 라는 철학적 질문과 상관없이 스트레스 없는 쾌적한 환경에서 정성 어린 보살핌을 받은 젖소가 더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우유를 만들 것이라는 생각은 같은 생명체로서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는 임신 중 충분한 영양과 휴식과 적절한 운동 그리고 좋은 환경에서 지낸 산모가 더 건강한 아이를 낳고 더 영양가 높은 모유를 수유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비난을 받는 우유 광고와 달리 표현과 비유의 황당함으로 회자되는 광고가 있다. 바로 “건강한(싱싱한) 새우로 만들어 더 맛있다”라는 뻔한 컨셉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뻔하지 않게 풀어낸 새우깡 블랙 광고가 그것이다.
[결연한 느낌의 클래식 음악이 깔린다. / 낙엽이 떨어지는 깊은 산중에서 왕새우 한 마리가 윗몸 일으키기를 한다. / 시간은 흘러 눈보라 치는 겨울이 될 때까지 왕새우의 운동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팔 굽혀 펴기, 타이어 끌기, 샌드백 치기로 이어진다. / 1971년부터 2021년까지 50년 동안 수백 번 계절이 바뀌도록 왕새우의 운동은 계속되고 마침내 블랙벨트(검은띠)를 따서 허리에 맨다. / Na: 보통 깡이 아니다. 맛보라 더 “깡력해진” 블랙의 경지를]
새우가 몸을 단련하기 위해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황당하지만, 그러한 장면이 낯설지 않다는 것도,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신기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영화나 드라마 장면들이 차용되었기 때문이다.
영화 “취권”에서 주인공인 성룡이 복수를 위해 호랑이 같은 스승의 감시하에 쓰러질 때까지 신체를 단련하고 무술을 연마하는 장면과 너무도 닮아있다. 성룡 대신 새우가 주인공이 되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말이다.
주목 받는 광고의 전형적인 표현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거나,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 광고의 경우 이 두 가지 표현 방식을 절묘하게, 아니 영악하게 조합했다. 익숙하고 친근한 운동 장면 속에 낯설고 생경한 새우를 등장 시킴으로써 의외성(unexpectedness)을 느끼게 하고, 이러한 의외성이 신제품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으로 옮겨가게 만든 것이다. 스트레칭하던 여성이 젖소로 변하는 것과는 표현과 비유의 수준이 다르다.
◀신재훈 프로필▶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