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이정재가 바빠졌다. 오징어게임에 출연하며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그를 가만히 놔둘 광고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에 모델이었던 광고와 새롭게 찍은 광고들로 차고 넘친다.
새로운 광고 중 눈에 띄는 광고가 있다. 그것은 닭으로 유명한 하림이 새롭게 선보인 가정 간편식 브랜드 “The 미식 장인라면”이다.
오징어게임처럼 자신이 살려면 남들을 죽여야만 하는 처절함이 느껴진다. “감히 라면 주제에”라는 도발적인 카피로 기존의 인스턴트 라면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사활을 건 전쟁인 만큼 선봉장인 광고 모델은 작심하고 최 전성기를 맞은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이정재를 캐스팅했다.
[미식 생활의 시작, 라면부터 갑니다 편]
이정재 : 이런 라면이 다 있습니까?
“감히 라면 주제”에 오직 맛을 위해 진짜 재료로만 승부하겠답니다.
면 치기 금지에 천천히 음미하길 바라지 않나 국물은 남기지 말 것을 부탁하고
“감히 라면 주제”에 밤 11시에도 당당히 추천, 아이들에게도 과감히 추천,
인스턴트에서 빼달라는 욕심까지 대체 어떻게 만들어낸 라면이길래
그 이름마저 The 미식 장인라면
미식 생활의 시작 라면부터 갑니다.
“뛰어봤자 벼룩”이라는 말처럼 인스턴트 라면이 아무리 좋은 재료를 쓰고, 특별한 레시피로 만들고, 지극 정성을 들여도 결국 라면은 라면이다. 그런 의미에서 The 미식 라면이 기존 인스턴트 라면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라면이라는 소비자
의 공감대가 전제되지 않는 한, 기존의 인스턴트 라면을 공격하는 독한 메시지는 자기 자신도 공격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일 뿐이다. 주목과 관심을 끌기 위해 광고 표현은 거칠게 공격적으로 했지만 실제 마케팅 전략에 있어서는 미식 열풍에 편승한 자칭 미식가들을 겨냥한 틈새 시장 공략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메이저 시장을 지배하는 신라면을 대체하기에는 “누구나 맛있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길들여진 매운맛의 라면”이어야 한다는 기본 조건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타겟 측면에서 미식 트렌드를 추종하는 일부 소비자로 한정 된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정도의 높은 가격 때문이다.
지금의 광고 표현은 기존 라면 시장을 전면 부정하는, 완전히 뒤집어버리겠다는, 마치 정권을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하는 정치권의 구호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관심과 주목을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후발주자에게는 그런 과격한 표현이 필요하며, “필사즉생”의 마음으로 결단을 내린 하림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만약 “감히 라면 주제에”같은 도발적인 표현 대신 “세상에는 두 종류의 라면이 있다. 그냥 라면과 라면 요리/ 라면, The 미식과 만나 라면 요리가 되다”와 같은 틈새 시장을 노리는 평범한 표현을 썼다면 소비자의 귀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재훈 프로필▶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