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15 광복절을 맞아 가석방된다. 하지만 5년 동안 취업제한이 풀리지 않아 이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에도 당분간 경영일선에 복귀하지 못한 채 은둔의 경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월18일 파기환송심에서 법정구속돼 재수감된지 207일 만인 오는 13일 오전 10시에 풀려나지만 5년간 취업제한에 걸려 있어 당장 경영일선 복귀가 어렵게 됐다.
9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종료된 직후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은 사회의 감정·수용생활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그러나 이 부회장 취업 제한 해제와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대해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에도 불구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간 취업이 제한된 상태인데, 경영에 복귀하기 위해선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
법무부 특정경제사범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박범계 장관은 이에 대해 “생각해 본 바 없다”며 선을 그은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과 관련, 9일 “매우 다행스럽다"면서도 경영활동에 필요한 취업제한에 대한 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가 그동안 이 부회장에 대해 가석방보다 특별사면을 요구한 것도 이같은 경영복귀 제한으르 우려했기 때문이다.
가석방은 몸은 풀려나지만, 원칙적으로 5년 취업제한 규정이 적용돼 특사에 비해 경영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다만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일하면서 그동안 무보수로 일했기 때문에 이를 취업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은 당분간 경영일선 복귀를 서두르기 보다는 국민들 여론을 감안해 조용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주목을 한 눈에 받는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보다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관련한 인수합병 등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공백 때문에 그동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증설 등 투자 결정이 늦어지면서 반도체·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 경쟁에서 적극 나서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부문에 대한 보완적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8만전자에 갇혀있던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계기로 10만전자에 다시 도전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