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검색
https://m.news2day.co.kr/article/20210709500345
이태희의 JOB채 (60)

슘페터를 소환한 신한금융 조용병, ‘장보고 경제스쿨’이 필요해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21.07.13 07:41 ㅣ 수정 : 2021.07.13 07:41

오래된 조직에선 관행적 사고가 주인행세 할 가능성 높아, 혁신가 양성프로그램이 절실

 

image
지난 7일 신한금융그룹이 7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제1회 신한문화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는 조용병 회장. [사진=신한금융그룹.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은행은 지난 수십년 동안 안정된 직장의 상징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변변한 직장이 드물던 시절에 변변하고도 안정적인 곳이었다. 해고의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물론 예외적인 케이스도 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하던 장기신용은행, 제일은행 등이 충격파에 휩쓸려 통폐합당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은행업의 속성에서 비롯된 불행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일시적으로 동이 나는 바람에 터진 사건사고이다.   

 

다른 제조업은 기술변화에 의해 부침이 심했지만 은행업은 상대적으로 변동 가능성이 적었다. 때문에 외환위기 이후에도 보수적인 성향의 엘리트들이 선호했다. 인생을 보수적으로 관리하려는 인재들에게 은행은 최적의 직장이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시대가 고도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은행원은 시험대 위에 올랐다. 생존하려면 변화해야하는 대표적 직업군으로 분류된다. ‘도전’에 ‘응전’해야 할 처지이다. 

 

안정적 직장의 대명사였던 은행, '삭제'와 '재창조'의 시험대에 올라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이 지난 7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1회 신한문화포럼'에서 임직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이 같은 은행원의 처지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응전’의 기본원칙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기본원칙은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연상시키는 두 개의 핵심단어로 구성됐다. ‘삭제(Delete)’와 ‘재창조(Re-boot)’가 그것이다.   

 

조 회장은 “신한문화를 재창조 하기 위해서는 먼저 버려야 할 것을 삭제해야 한다”면서 “관행적 업무 방식 등 새로운 문화의 장애물을 치우고 내부 관리 프로세스를 다시 고객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관행적 업무 방식’을 삭제하라는 것은 ‘과거 문화’와 단절하라는 주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재창조를 위한 방법론은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도 명료하게 지적했다. 

 

조 회장은  '고객중심(Decentralization)'과 '데이터기반 의사결정(Depowerment)'을 제안했다. 신한은행 임직원들의 관행적 업무방식은 ‘은행 중심’, ‘데이터와 무관한 의사결정’ 이었다는 소리이다.

 

뼈아픈 질책이다. 그동안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수많은 서류를 떼서 지점창구 직원과 복잡한 상담과정을 거쳐야 했다. 게다가 중저신용자들은 애당초 그 문턱을 넘을 생각조차 못한다. 은행이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리스크 제로'의 손쉬운 영업만 해온 탓이다. 다양한 고객데이터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고압적인 신용등급' 기반으로 그리고 '은행중심'으로 사업을 지속해온 것이다.  

 

■ '삭제'와 '재창조'를 위한 방법론은 '고객중심'과 '데이터기반 의사결정'...이미 '디지털 메기'의 전유물

 

흥미로운 것은 조 회장이 주문한 재창조의 2가지 방법론은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디지털 메기'인 카카오뱅크 같은 빅테크나 토스뱅크류의 핀테크가 이미 실현하고 있는 내용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은행원이 과거의 직업관을 버리지 않고서는 생존과 발전이 불가능하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자체 수집한 빅데이터를 통해 소비자들의 신용도를 평가하고 대출과정 전체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후발주자로서 시장의 지분을 차지하기 위해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을 무기로 키우고 있다.

 

데이터기반 심사로 이뤄지는 빅테크의 중금리 대출이 수익을 낳는 비즈니스 모델로 판명날 경우, '데이터 기반'의 '고객 중심'의 경영이 은행의 이익으로 직결된다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시중은행들은 “그동안 뭘 했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앞선 자였던 시중은행은 뒤진 자였던 빅테크의 뒤를 따라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조 회장의 신한문화 혁신론은 그 논리와 어조가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의 진화경제학자인 슘페터가 주장한 ‘창조적 파괴’를 닮아있다. 숨페터를 혁신의 도구로 소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슘페터에 따르면,기업가의 혁신의지가 창조적 파괴를 낳고, 그 파괴 위에 신산업이 성장한다. 지금의 강자라고 해도 창조적 파괴에 소홀히 하는 순간 패자로 전락하는 운명을 피하지 못한다. 그게 자본주의의 본성이다. 

 

신한금융은 빅테크와 창조적 파괴의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누가 주도권을 쥘 것인가. 슘페터에 의하면, 창조적 파괴의 경쟁에서 승자는 거대자본이 되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양극화가 극대화됨으로써 자본주의는 종말론적 운명을 맞게 된다는 게 슘페터의 다소 뜬금없는 결론이다.  

 

■ 자본의 크기가 혁신 경쟁력을 좌우한다고?...혁신가와 혁신기업에게 자본이 벌떼처럼 몰려

 

이 대목에서 슘페터의 주장은 설득력을 상실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혁신 동력은 자본의 크기가 좌우하는 측면이 컸다. 반면에 4차산업혁명시대의 가장 큰 무기는 '자본'이 아니라 '인재'이다. 디지털기술에 대한 지식,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이해력, 직관적 소통 능력 등을 겸비한 인재들이 모인 조직은 창조적 파괴의 경쟁에서 선두에 선다.

 

작은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이 십여년만에 미국의 거대 유통공룡들을 먹어치운 것만 봐도 자본의 크기가 혁신의 능력을 좌우한다는 슘페터의 주장이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창조적 파괴의 능력을 발휘하는 기업이나 인재에게 자본이 벌떼처럼 몰려드는 구조이다.  

 

결국 신한금융이 내심 타깃으로 설정한 카카오뱅크를 누를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끌려다니는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인지 여부는 인재육성에 달려있다. 디지털 리터러시 (digital literacy)와 사회경제적 분석력을 토대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탁월한 인재들이 주류를 형성할 때, 조직문화를 혁신할 수 있다.  

 

국회정무위원장을 지낸 3선 의원 출신인 민병두 보험연수원장이 오는 9월 문제해결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인 '장보고 경제스쿨'을 시작한다고 한다. 초등학생 클래스에서 시작해 대학생 및 직장인 클래스로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는 신생조직이다. 디지털지식을 보유한 혁신가들이 조직문화를  주도하기 좋은 여건이다. 이에 비해 신한금융은 수십년이  된 공룡조직이다. 혁신적 사고보다는 관행적 사고가 주인행세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카카오뱅크와의 창조적 파괴 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면, 혁신가들을 양성하는 '장보고 경제스쿨'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 뉴스투데이 & m.news2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많이 본 기사

ENG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포스트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이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