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입국제한 쌍방조치에 경제·문화교류 빙하기 찾아오나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일본 정부는 3월 9일부터 한국과 중국을 통해 입국한 모든 이들에게 입국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일본정부 관계자들조차도 외국인의 입국을 차단할 일이 아니라 국내 의료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했지만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방치와 전국 초중고교의 일제 휴교령으로 연일 비판을 받아온 아베 총리는 이번에도 역시나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독단적인 결정을 밀어붙였다.
한국정부는 방역을 고려한 결정이 아닌 정치적 목적이 강한 기습적 조치였다고 비판하며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같은 9일부터 실시함에 따라 양국의 항공사들은 도쿄와 오사카를 제외한 대부분의 항공편을 서둘러 운항중지 하였다.
이번 조치로 가장 당황한 모습을 보인 곳은 일본기업과 유학생들이다. 5일 저녁 일본정부의 입국제한 조치가 발표된 후 한국 소재의 일본기업들은 일본 입국 후의 2주 대기가 강제인지, 구체적인 대기 장소는 어디인지 등을 주한일본대사관에 서둘러 문의하였으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아사히신문의 인터뷰에 응한 일본 무역회사의 관계자는 보통 한국기업과 새로운 사업을 준비할 때 양측의 담당자가 직접 만나 회의를 진행한 후에 각자의 본사로 돌아가 이를 보고 및 검토하고 재차 대면회의를 거쳐 계약을 맺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양국을 자유롭게 오가지 못하게 된다면 사업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작년 한일 무역마찰 때처럼 한국기업이 일본이 아닌 제 3국의 기업들과 손을 잡을 가능성마저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또 다른 한국소재의 일본기업 관계자도 ‘일본정부의 설명은 애매한 점이 많아 직원과 가족들을 8일까지 귀국시켜야 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한일 비자마찰로 인한 피해는 대학과 유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인 일본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학은 올해 4월에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약 100여명의 유학생이 새로 입학할 예정이었으나 이미 20명이 넘는 유학생이 첫 학기부터 휴학을 결정해야 했다.
신입생이 아니더라도 다수의 외국인 재학생과 교원들 역시 해외에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학 관계자는 ‘일본에 입국하지 못하는 교원과 학생이 많을 경우에는 수업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갑작스러운 입국제한 조치가 학사일정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한국어 학습을 위해 서울에 장기체류 중이었던 나가사키 출신의 대학생 고토 코지(五島 幸志)씨는 일본에 있는 부모님의 연락을 받고 귀국일정을 3주 가량 앞당겨 일본에 돌아왔다며 서일본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갑자기 귀국하게 됐다’는 그는 ‘일본정부는 국내이동에 대중교통을 활용하라고 하지만 오사카에서 나가사키까지는 시간과 비용 모두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실제로 엄두를 내기 어렵다’며 정부조치가 자국민조차 배려하지 않았다는 점에 분개했다.
작년 한일관계를 냉랭하게 만들었던 무역마찰이 올해는 비자마찰로 영역을 옮겨감에 따라 경제는 물론 문화와 학술교류까지 광범위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