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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주연 '벚꽃동산' 부산에서 단독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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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진 기자
입력 : 2025.03.18 18:18 ㅣ 수정 : 2025.03.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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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회관 대극장 포스터.[사진=임혜진 기자]

 

[부산/뉴스투데이=임혜진 기자]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말이 있다. 막내딸의 열여섯 번째 생일날 벚꽃동산이 보이는 저택을 선물할 만큼 부유한 송씨 집안에도 예외란 없다. 이야기는 이 집의 주인인 송도영(전도연)이 몇 년 간의 이민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며 시작한다. 아이 셋을 둔 나이에도 “돌아와서 행복해. 봐. 웃고 있잖아.”라는 천진한 독백은 이 작품으로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랐다는 전도연의 연기 배경에 힘입어 그를 더할 나위 없는 송도영으로 만든다.

 

병마와 사고로 남편과 자식을 잃은 도영은 도피하듯 미국으로 건너가 방탕한 삶을 살았다. 한참 어린 남자와 만나며 모든 데이트 비용을 엄마가 감당했다는 딸 해나의 발언은 “돈 얘기 같은 건 질색”이라는 도영의 대사를 역설적으로 만든다. 

 

어린 시절의 추억에 젖어 집 곳곳을 돌아보는 도영을 기다리고 있는 건 화수분 같은 부 대신 속이  문드러진 벚꽃 나무다. 기업을 상속받은 오빠 송재영(손상규)은 현실감각이 없고 무능하며, 부사장으로 있는 딸 해나(이지혜)는 이사회에서 아무 힘을 쓰지 못한다.

 

엄마의 남성 편력에 질린 해나는 박사학위만 세 번째라는 동림(남윤호)의 재벌 해체론에 감명받지만, 이 역시 그가 뉴욕 예술대학에서 좇았던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무너지기 직전의 송씨 일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외부인이다. 

 

한때 이 집안의 운전기사로 일했던 아버지를 둔 황두식(박해수)은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 다시 나타난다.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기업 분할을 얘기하는 두식에게서는 <기생충>의 기우와 사뭇 닮은 계층이동의 열망이 느껴진다. 그에게 있어 벚꽃동산은 도영이 데려가기 전까지 출입할 수 없던 성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회한 도영에게서 어릴 적 두식을 치료해 주던 상냥함은 찾아볼 수 없다. 

 

두식의 끊임없는 충고에도 불구하고, 재영의 방만으로 기업은 부도 위기에 놓인다. 저택을 낙찰받은 것은 결국 두식이다. 송씨 일가는 이 집에 추억이 있노라 호소하지만, 두식은 이전 비용을 이유로 호텔 건설을 택한다. 가족들을 향해 “당신들의 미래와 과거를 샀다”라고 말하지만, 집안의 명예를 동경한 사람에게 지금의 벚꽃동산은 껍데기에 불과함을 그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불도저로 저택을 허무는 두식에게서 성취가 엿보이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다. 썩은 나무들 사이 “가장 멀쩡한 것을 골라 호텔 로비에 옮겨 심겠다”라는 말처럼 그의 낭만은 터전과 역사를 잊은 채 재건될 것이다.

 

연극 ‘벚꽃동산’은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유작을 재해석한 연극으로,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각색과 연출을 맡아 주목받았다. 호주 출신의 그는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20세기 초 러시아 귀족 가문의 몰락을 현대 서울에 성공적으로 식재했다.

 

무대에서는 전도연, 박해수 등 이름난 배우들이 원캐스트로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사이먼 스톤이 직접 섭외한 건축 디자이너 사울 킴의 독특한 무대 디자인 또한 하나의 관람 포인트다. 부산은 이번이 초연으로 3월 14일부터 17일까지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한편, 부산문화회관은 오는 27일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의 ‘부산, 바다’, 29일 부산시립소년소녀합창단 특별연주회 ‘프렌들리 콘서트’, 부산시립청소년교향악단 제76회 정기연주회 ‘메멘토’ 등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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