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투데이=이정석 산업2부장]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법정관리 신청과 고려아연 경영권 개입 사태가 잇달아 터지면서 탐욕으로 일그러진 사모펀드(PEF)의 민낯이 또다시 드러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은머리 외국인’ 마이칼 병주 킴(한국명 김병주) MBK 회장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 4일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는 기습적으로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국내 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신용등급은 사실상 휴지 조각과 다를 바 없는 ‘D’까지 곤두박질쳤다.
이 과정에서 자구 노력 없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 CP와 전단채를 판매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MBK가 부도를 인식한 후 판매했다면 불완전 판매에 따른 사기판매가 성립될 수 있다.
MBK는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국민연금과 메리츠금융그룹 등은 물론 수많은 채권투자자와 유통업계 전체를 구렁텅이에 몰아 넣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신영증권 등 증권사 연대는 MBK의 홈플러스를 상대로 형사고발 및 소송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MBK의 탐욕을 보여주는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먼저 MBK는 1조 1300억 원에 인수한 두산공작기계를 2조 4000억 원에 매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MBK가 실제 투자한 금액은 4700억 원에 불과하다. 인수할 회사를 담보로 돈을 빌려 인수를 마무리하고, 이후 막대한 배당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앞서 2018년에도 ING생명과 코웨이 등을 매각해 1조 원 가량의 양도 차익을 거뒀다. 김병주 회장 개인소득만 1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한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400억 원을 과세했다.
또 MBK는 현재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논란의 중심에 있다. 만약 영풍과 손잡은 MBK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이번 홈플러스 사태와 유사한 일이 반복될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속성상 고려아연의 독점 및 핵심 소재 가격인상, 핵심 자산의 해외 유출 등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인 국가기간산업체의 경쟁력 훼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와 정치권 모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먼저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국세청 조사4국이 MBK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역외 탈세 의혹과 세금 포탈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홈플러스 상품권 운영 등과 관련해 대금 정산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눈여겨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이 원장은 사모펀드와 같은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할 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국회도 오는 18일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MBK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야당은 을지로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대응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과거 동양증권 사태처럼 홈플러스 CP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며 “피해자들의 고발 등 형사고발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도 마이클 병주 킴 회장은 해외에 머물며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증인으로 채택된 국회 정무위에도 출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가에게는 단순한 이익 추구를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른바 ‘기업가 정신’으로, 아마존 창립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뿐 아니라 고객과 사회에 긍정적인 가치 전달이 필수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업은 인간의 신뢰와 존중으로 이루어진다’는 격언은 기업이 경제적인 성공을 추구하면서도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 철학을 현 시대 기업가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마이클 병주 킴 회장이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가로서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문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