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교영 기자 입력 : 2025.02.06 05:00 ㅣ 수정 : 2025.02.06 05:00
지난해 영업이익 2023년 대비 38.4% 급감...순이익 48.6% 감소 원가 절감·신(新)사업 추진해 실적 회복과 경쟁력 확보 인도와 미국 등 고성장·고수익 시장에 투자 늘려 사업기회 모색 올해 61개 이르는 구조조정을 통해 약 1조5000억원 현금 확보키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 사진편집=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포스코그룹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대표 장인화·사진)가 지난해 철강과 2차전지 소재 부문에서 모두 부진하면서 영업이익이 2023년과 비교해 40% 가까이 줄어든 충격적인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대내외 사업환경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원가 절감, 신(新)사업 추진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실적 회복에 힘쓸 계획이다.
◇양극재 가격 하락에 음극재 판매량·가격 동시 하락 '3중고'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3일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매출 72조6880억원, 영업이익 2조174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3년 대비 매출은 5.8%, 영업이익은 38.4%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순이익은 2023년보다 48.6% 감소한 9480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진 요인으로는 대내외 환경이 지목됐다. 철강 수요가 국내외에서 부진한 가운데 중국 철강의 공급 과잉이 이어졌다. 또한 핵심 광물 가격 하락으로 2차전지 소재사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와 함께 일회성 손상차손 등이 반영되며 실적에 영향을 줬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시황 악화에 따른 평가손실, 선제적 구조개편과 사업 효율성 증대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손상차손 등으로 1조3000억원에 이르는 비현금성 손실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손상차손은 회사가 갖고 있는 자산(건물, 기계, 브랜드, 특허 등) 가치가 크게 떨어져 회계장부에 적힌 금액보다 실제 가치가 낮아진 것을 뜻한다. 결국 회사 재무상태가 많이 악화됐음을 보여준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철강 부문 영업이익은 1조 6370억원으로 2023년 대비 36% 줄었다. 매출액은 6조2201억원으로 2.1% 감소했다.
철강 부문 매출은 포스코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포스코 실적이 매출 37조5560억원, 영업이익 1조4730억원으로 2023년과 비교해 각각 3.6%, 29.3% 줄었다.
수요 부진과 고로 개수 등으로 생산과 판매가 모두 줄어 매출액과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비용 증가도 두드러진다.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밀 마진(철강 판매가에서 원료비를 뺀 수치)은 3분기 대비 늘었지만 노무비 등 일회성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전력단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 비용 증가, 인건비 상승 등 비용이 늘어났다”면서도 “그러나 글로벌 수요 부진에도 고부가가치제품 판매가 늘어난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해외 철강 부문 매출은 20조7130억원으로 2023년과 비교해 1.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940억원에서 390억원으로 79.9% 급감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법인 영업이익이 2320억원에서 17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저원가 원료탄 사용 확대, 제선원료 배합 개선 등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펼쳤지만 시황 부진에 이익이 감소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자료=포스코홀딩스/ 그래프=뉴스투데이]
에너지소재 부문은 영업손실 2780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1610억원) 대비 적자폭은 1000억원 넘게 확대됐다.
에너지소재를 주력으로 하는 포스코퓨처엠은 영업이익 7억원을 내며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스코퓨처엠은 배터리소재 사업에서 영업손실 369억원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일반적으로 2차전지는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4가지 소재로 이뤄진다.
리튬이온을 만드는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며 전지 생산원가의 40% 인 핵심 소재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오는 리튬 이온을 보관하고 방출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음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분리막은 2차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얇은 막으로 미세 가공을 통해 리튬이온만 들어오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분리막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 소재다.
포스코퓨처엠 2차전지소재 부문 부진은 양극재의 경우 메탈가격 하락에 따른 판가 약세로 매출 감소와 가동률 저하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원인이 됐다.
또한 음극재는 천연흑연의 미국 해외우려기업(FEOC) 지정 유예에 따른 판매량 감소로 실적이 둔화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FEOC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가 소유하거나 통제, 관할하는 기업을 뜻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을 FEOC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 또한 2025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을 FEOC에서 조달하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FEOC를 사실상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으로 규정해 중국에서 채굴, 가공·재활용한 핵심광물을 사용하는 전기차 기업은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국내 기업도 여기에 속한 셈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퓨처엠은 캐즘이후 성장을 대비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그나마 인프라부문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에너지 밸류체인(가치사슬) 확장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포스코이앤씨의 수주 확대 등에 힘입어 수익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현재 위기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 위한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
그룹 계열사 실적이 크게 흔들리면서 포스코홀딩스는 실적 발표와 함께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발전가능한 미래 준비를 위한 그룹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놨다.
먼저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가칭 'CI 2030'의 코스트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허종열 포스코 재무실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원가 절감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고정성 비용을 어떻게 줄이느 냐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밝혔다
허종열 실장은 “원료 사용량을 줄이거나 저가 원료를 투입해도 배합을 잘해 똑같은 품질이 나오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해 원료비를 대폭 절감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포스코홀딩스는 정비 비용이나 협력 작업비용을 줄이고 에너지비용 상승에 대비해 발전효율을 높이거나 설비 효율화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진행중이다.
투자 부문은 '선택과 집중'을 내세웠다. 2차전지소재 등 미래 성장 투자와 필수 투자는 이어가지만 내실있는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철강사업은 인도와 미국을 포함한 북미 등 고성장·고수익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려 글로벌 사업기회를 확보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투자비용이 늘고 관세 등 변동성이 커 다양한 옵션을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저수익 사업과 비핵심자산 구조개편도 추진한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3월 장인화 회장이 취임한 후 그룹 차원의 구조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인프라부문에서 구룡마을 우선수익권, 행당동 상업시설 등 저수익자산 매각과 서서울도시고속도로, 동서울지하도로 등 단순출자주식 매각 등 총 24개 사업을 정리해 4151억원 현금을 마련한 점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철강부문은 저수익 구조인 중국 사업을 구조조정해 현금 266억원을 거머쥐었다. 이와 함께 KB금융 주식 매각으로 1942억원이 더해져 지난해에만 총 45개 프로젝트를 마치고 6625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올해는 61개에 이르는 구조조정을 통해 약 1조5000억원 현금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진행중인 구조개편을 차질없이 끝내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자산 효율성을 높일 예정”이라며 “확보된 자금은 성장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