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5.02.03 08:28 ㅣ 수정 : 2025.02.03 08:28
경영 성과 힘입어 연임 성공해 지속적 비은행 강화 전략 추진 공격적 M&A 대신 내실화 집중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사실상 연임을 확정지은 가운데 ‘비(非)은행 강화’ 노선에 변화가 찾아올지 관심이다. 경쟁사 대비 높은 은행 의존도 해소가 필요하지만 임기 초반부터 추진한 인수합병(M&A) 작업은 끝내 결실을 맺지 못한 상황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 회장은 오는 3월 개최되는 하나금융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3년의 임기를 추가로 부여받을 예정이다. 앞서 하나금융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달 27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함 회장을 추천했다. 이로써 2022년 3월 취임한 함 회장은 오는 2028년 3월까지 6년 동안 하나금융을 이끌게 된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함 회장 연임에 대해 큰 이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차기 회장 후보 추천 배경에 대해서는 최대 실적과 최고 주가, 운영 효율성 등의 경영 성과를 내세웠다. 금융 산업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검증된 리더십과 풍부한 경험, 경영 노하우를 가진 함 회장이 최고 적임자라는 데 회추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 하나금융은 함 회장 취임 후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조2254억원으로 4분기를 포함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함 회장 취임 첫 해인 2022년 세운 기록(3조6257억원)을 2년 만에 다시 경신하는 셈이다. 주가의 경우 종가 기준 지난 2022년 1월 3일 4만2350원에서 지난달 31일 6만500원으로 42.9% 올랐다. 금융당국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맞춰 지속가능성 제고와 주주환원 확대 등을 추진한 결과로 풀이된다.
함 회장 2기 체제로 접어들 하나금융 행보에 가장 관심이 쏠리는 건 비은행 강화 전략이다. 그룹의 양적·질적 성장세에 탄력을 더하기 위해서는 사업 다각화가 필수 과제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핵심 자회사인 은행 뿐 아니라 증권·카드·보험 등 비은행 자회사들의 경쟁력 강화로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의 은행 자회사 의존도는 경쟁사 대비 높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기준 하나금융의 비은행 자회사 기여도는 17%로 나타났다. 연간 기준 전년(4.7%) 대비 큰 폭 상승했지만, 2021년(32.9%)과 2022년(18.9%)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의 지난해 3분기 비은행 자회사 기여도는 각각 44%, 26%로 집계됐다.
하나금융도 여타 금융그룹들처럼 비은행 라인업을 잘 구축하고 있지만, 각 자회사들의 실적 규모는 뒤처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하나카드의 순이익은 1844억원으로 KB국민카드(3704억원), 신한카드(5527억원) 등 경쟁사와의 차이가 크다. 같은 기준 하나생명(241억원)도 KB라이프생명(2768억원), 신한라이프(4671억원)에 밀리고 있다. 하나증권의 순이익은 1818억원으로 KB증권(5468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함 회장은 임기 초반부터 비은행 강화를 핵심 경영 전략으로 내세웠다. 각 자회사별 경쟁력 제고 노력과 함께 금융사 M&A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M&A의 경우 인적·물적 자원 흡수로 단숨에 체급을 키울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과거 KB금융이 현대증권(현 KB증권)과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푸르덴셜생명(현 KB손해보험)을 인수하고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를 품은 게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카드와 보험 등의 금융사가 M&A 시장 매물로 나올 때마다 하나금융은 유력한 잠재 인수자로 거론돼 왔다. 다만 지난 2023년 10월 KDB생명 인수에 뛰어들었다가 실사 후 철회 결정을 내린 뒤 현재까지 추가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지난해 하나금융이 롯데손해보험 인수에 뛰어들 것이란 소문도 돌았지만 끝내 실행되지는 않았다. 현재로서는 롯데카드와 MG손해보험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시장에선 하나금융이 최근의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해 급한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하나금융이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에 총 3000억원을 출자한 점도 이 같은 전망의 근거다. 무리한 M&A 대신 비은행 자회사 자본 확충으로 자생력 강화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함 회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자생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M&A는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조직에 심각한 부담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당장의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더디 가더라도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나금융의 한 관계자는 “결국 좋은 매물이라는 건 업권 내에서 경쟁력과 성장성을 갖춰야 한다”며 “단순히 외형만 키우고 숫자와 이익을 늘리는 M&A 보다는 내실과 실속을 챙겨야 하고, 기존 자회사와의 시너지 여부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