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나가야 산다…유통가, 글로벌 영토 확장 박차
대한민국 산업계가 대내외 정치 지형의 급작스런 변화로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경기 불황에 따른 내수시장 위축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비상 계엄 사태에 따른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수출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대규모 관세 폭탄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수출 기업의 대응 전략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업계의 전략을 알아보고, 우리 경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남지유 기자] 유통업계가 해외 시장까지 영토를 확장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쿠팡을 필두로 한 이커머스가 대세인 가운데 경기 불황으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이 해외 사업에 더욱 힘을 주는 모습이다.
1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5년 유통산업 전망조사’에 따르면 올해 소매유통시장은 전년 대비 0.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온라인과의 경쟁 격화도 해외 공략에 눈을 돌리는 이유 중 하나다. 업태별 내년 성장률 전망치에서 온라인 쇼핑은 2.6%로 가장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다. 반면 대형마트(0.9%)와 백화점(0.3%)은 0%대 저성장이 예상되고 있으며, 편의점(-0.3%)과 슈퍼마켓(-0.7%)은 역성장이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로 내수 시장이 성장 한계에 봉착하면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통업계가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분석한다. 향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개발도상국 등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남아시아는 한국 상품 선호도가 높고 젊은 층 인구 비중이 많아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췄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저출산으로 국내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고령층보다 소비를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젊은 층이 줄어들면서 유통업체들이 해외로 진출을 활발히 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은 제품력 등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만큼 해외 진출은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타개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롯데,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로 해외 공략 본격화...동남아시아 부지 물색중
롯데그룹은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TIMEVILLAS)로 해외 공략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중장기 성장을 위한 ‘미래형 쇼핑몰 사업’으로 현재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부지를 물색하는 단계다.
지난 10월 수원점에 처음으로 선보였던 타임빌라스는 롯데의 새 쇼핑몰 브랜드다. 오는 2030년까지 국내외에 약 7조원을 공격적으로 투자해 국내 리테일은 물론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을 선도하는 랜드마크로 자리잡겠다는 각오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지난 2023년 베트남에 대형 복합쇼핑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개장했다. 그 결과 개장 9개월 만에 매출 2000억원 돌파, 개점 1년 만에 방문객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1∼3분기 해외 사업(백화점·마트) 매출은 1조2103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1559억 원) 대비 4.7% 증가했다. 이는 해외사업 성과에 힘입은 결과로 백화점 해외사업은 3분기 매출액이 24.6% 증가했다. 롯데마트 해외사업도 3분기 매출액이 0.4% 늘었고, 영업이익도 12.2% 증가했다. 특히 베트남 사업에서 2022년 1분기부터 11개 분기 연속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롯데쇼핑은 해외 현지 사업환경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사업을 총괄하는 인터내셔널헤드쿼터(iHQ) 조직을 구성해 동남아 사업의 구심점으로 삼고 더욱 전략적으로 해외사업 확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9일 ‘2025 상반기 롯데 VCM’에서 “국내 경제, 인구 전망을 고려했을 때 향후 그룹의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신규 글로벌 사업 모색을 강조하기도 했다.
■ 신세계, 이마트‧노브랜드로 해외 진출 박차...라오스에 영토 확장 가속화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노브랜드의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몽골 내 10개점 이상 출점하겠다는 계획이다.
몽골에는 수도 울란바토르에만 프랜차이즈 형태의 이마트 매장 5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베트남에도 3개의 매장이 운영 중이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해외 전략 거점으로 낙점한 라오스에 영토를 넓힐 계획이다. 낙점 이마트는 지난해 6월 라오스 비엔티안 시빌라이 지역에 ‘노브랜드 1호점’을 오픈했다. 국내 유통업계 중 최초로 라오스에 진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소형마켓 및 재래시장 중심의 문화인 라오스에는 대형 유통망이 없어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판단했다는 게 이마트 측 설명이다.
향후 이마트는 10년 안에 라오스에 이마트 20개 점과 노브랜드 70개 점 운영을 목표로 라오스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 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오프 프라이스(off-price) 스토어인 신세계 팩토리스토어는 올해 상반기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개장 예정인 ‘콕콕 메가몰’ 안에 현지 1호점을 출점한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높은 라오스 특성에 맞춰 K-패션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높이고 K-뷰티 상품까지 공급한다. 향후 10년 안에 라오스 10호점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신세계는 지난해 10월 정유경 회장의 승진 직후 조직개편을 통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뷰티 사업을 총괄하는 뷰티 전략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뷰티 사업의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조직으로 미국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 국내 시장 편의점 포화 상태...편의점 3사, 몽골·베트남·캄보디아 등 진출
편의점 업체도 해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편의점 수가 5만 개를 넘어 포화상태에 다다른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점포 출점 이외에도 자체브랜드(PB) 상품 수출로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U는 지난 2018년 국내 편의점 업계 최초로 몽골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7월 400호점 오픈과 함께 업계 최초로 해외 사업국 흑자를 달성했다.
특히 CU는 상품 측면에서도 한국화와 현지화 전략을 실행했다. get 커피를 내세워 몽골에 커피 문화를 전파하고 수제맥주와 크림빵, 라면 등 한국 히트 제품들을 수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와 함께 몽골식 찐빵인 보즈와 전통 만두튀김인 호쇼르 등을 편의점 상품화함으로써 고객 충성도를 높였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CU는 지난해 800만달러(약 117억 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고 올해는 1000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다.
CU는 몽골 점포 수를 지난해 11월 기준 432개에서 이르면 올해 500개로 늘리기로 했다. 말레이시아는 오는 2028년, 카자흐스탄은 오는 2029년 각각 500개 이상의 점포 개점을 목표로 한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지난해 수출 실적은 약 900만달러(약 132억 원)으로 처음 수출을 시작한 2017년(2억2000만 원) 대비 60배 이상 증가했다. 수출 대상국도 아시아 외에 북미와 유럽 등 30여개국으로 확대됐다.
베트남 GS25는 진출 초기 길거리음식에 익숙한 현지 식문화에 맞춰 반바오(베트남식 호빵) 등 먹거리를 비롯해 떡볶이와 도시락, 김밥 등 한국식 조리식품을 앞세워 자리 잡았다.
GS25는 현재 베트남에서 355개, 몽골에서 267개 운영 중인 매장 수를 올해 중 각각 5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24도 지난 2021년부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해외에 진출했다. 지난해 기준 말레이시아 73점, 캄보디아 3점의 매장을 운영중이다. 이마트24는 지난해 6월 편의점업계 최초로 캄보디아에 진출했다.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현지 상황에 맞춰 5년 내 100개 매장까지 차례대로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