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전문기자 입력 : 2025.01.04 07:40 ㅣ 수정 : 2025.01.31 09:12
추운 날씨 항문 주위 모세혈관 수축이 치질 악화 규칙적인 배변‧운동이 증상 완화…물 섭취는 기본 고윤송 박사, “경미한 증상에도 적극 대처해야”
[뉴스투데이=김연수 전문기자] 겨울철에는 항문 조직이 민감해져 치질이 성해지기 쉬운 때라 주의가 요망된다.
화장실에서 용변 후 휴지에 피가 묻어 나오거나 항문 밖으로 살 같은 것이 튀어나오면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겨울철 항문 조직이 민감해지는 이유는 추위로 인해 항문 주위 모세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하고, 이는 치질 증상을 악화시킨다.
겨울철 활동량 감소와 함께 추위로 인해 샤워 빈도가 줄다보면 항문 혈행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 스키 같은 겨울 스포츠를 즐길 때 눈밭 위에 앉거나 구부린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것도 항문에 자극을 주게 된다. 연말 잦은 술자리에서 섭취하는 알코올과 자극적인 음식 역시 항문의 혈관을 확장시키고, 염증을 악화시킨다.
치질은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고 있다가 결국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아 초기 예방이 더욱 강조된다.
치질은 치핵, 치루, 치열 등을 포함하는 항문 질환을 말한다. 이 중 치핵은 전체 치질 환자의 약 7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항문 질환이다. 배변 시 항문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하는 혈관 조직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항문관 내부의 혈관층은 그물망처럼 얽혀 있어 배변 시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힘을 주어 배변을 하거나 변비가 지속되면 복압이 증가해 혈관층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며, 치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치핵은 발생 위치에 따라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구분된다. 외치핵은 항문 입구 바깥의 피부로 덮인 부위에서 발생하며, 통증이 심하고 피부가 늘어지는 증상을 보인다. 반면 내치핵은 정도에 따라 4단계로 나뉜다.
즉 1도 치핵은 출혈이 가끔 동반되지만 치핵이 항문 안에 머무른 상태이다. 2도 치핵은 치핵이 배변 중 항문 입구로 내려왔다가 배변이 끝난 후 자연히 들어간다. 3도 치핵은 치핵이 쉽게 빠져나오며 손으로 밀어 넣어야 원래 위치로 돌아간다. 4도 치핵은 밀어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 상태이다.
■ 치질 증상 완화엔 규칙적인 배변 습관‧가벼운 운동‧위생 관리 필요
치질 증상을 완화하려면 무엇보다 평소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배변을 시도하는 것은 변비를 예방하고 치질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 이때 화장실에서 너무 오래 앉아 있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 장시간 앉아 있으면 항문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걷기, 요가, 스트레칭 등 가벼운 운동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항문 주변 근육의 긴장을 완화해준다. 특히 오래 앉아 있는 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중간중간 일어나 움직이는 것이 치질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배변 후 반드시 비데로 깨끗이 씻어내는 것은 항문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 부드러운 화장지를 사용하며, 필요할 경우 약산성 클렌저를 활용해 깨끗이 관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거나 온찜질을 하면 항문 부위의 혈액순환이 개선되어 통증과 불편감이 완화될 수 있다. 이는 특히 겨울철 혈관 수축으로 인한 증상 완화에 큰 도움을 준다.
■ 충분한 섬유질‧수분 섭취는 치질 예방에 필수…매운 음식‧카페인‧알코올 피해야
치질 예방과 증상 완화를 위해 식단관리도 중요하다. 특히 섬유질 섭취는 변비 예방에 필수적이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로는 브로콜리, 시금치, 당근 등이 있으며, 과일 중에서는 사과, 바나나, 키위가 좋은 선택이다. 통곡물도 빼놓을 수 없는데, 현미, 귀리, 퀴노아 등이 도움이 된다.
충분한 수분 섭취도 중요하다. 하루 1.5~2리터의 물을 마시면 변을 부드럽게 유지할 수 있어 배변 시 항문 손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분 섭취가 부족할 경우 섬유질 섭취의 효과도 감소하므로, 꾸준한 물 섭취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가 하면 자극적인 음식 섭취를 피해야 한다. 고추나 마늘 등 매운 음식은 물론, 카페인과 알코올은 항문 주위의 혈관을 확장시켜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음식은 치질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좋다. 대신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담백한 식단과 따뜻한 음식을 통해 장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란병원 복부센터 고윤송 센터장은 “경미한 증상이라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증상의 악화를 막을 수 있고 치료 후에도 관리를 잘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며 “치질 가운데 가장 흔한 치핵은 변비, 임신과 출산, 과도한 음주, 낮은 기온 등이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에 돌바닥 등 차가운 곳에 노출되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김연수 프로필 ▶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 학사 / 前 문화일보 의학전문기자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외식산업 고위자과정 강사 / 저서로 ‘4주간의 음식치료 고혈압’ ‘4주간의 음식치료 당뇨병’ ‘내 아이를 위한 음식테라피’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