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 사태. 금융시장 쇼크…변동성 예의주시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윤석열 대통령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친 가운데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란을 겪자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 및 유관기관들이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원·달러 환율이 치솟았고 가상자산 가격 하락, 야간선물옵션 지수 하락,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물 상장지수펀드(ETF) 급락 등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특히 계엄 선포는 국내 증시를 뒤흔들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인 만큼 증시 개장과 함께 극심한 변동성이 예상된다. 다만 증권가는 변동성 이슈는 단기적 발생하겠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 원·달러 환율 급등 후 진정세…금융당국은 시장 안정화 대응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러다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되자 급등하던 원·달러 환율도 다소 안정세를 보였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새벽 2시 원·달러 환율 종가는 14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주간 거래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02.9원에 거래를 종료했으나, 계엄 선포 이후 빠르게 치솟아 1,446.5원까지 급등했다.
또 해외 코스피 ETF(EWY)는 장중 7.1%까지 급락했지만 오전 6시 1.59% 하락 마감했다. 야간선물은 장중 5.48%까지 급락했으나, 오전 5시 1.8%로 하락해 마쳤다.
반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은 폭락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1억3000만원 수준으로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계엄 선포 뒤 약 8800만원까지 추락했다가 점차 회복했다. 국내 거래소 업비트·빗썸에서는 접속 장애가 나타나는 등 투자자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뉴욕증시에서는 한국 관련주가 정규장 개장 직후 일제히 매도세에 휩쓸렸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은 5%가량 급락했고, 포스코홀딩스와 LG디스플레이 미국예탁증서 주가도 2% 이상 하락했다.
국내 기준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현상을 뜻하는 '역프리미엄'은 33%까지 치솟기도 했다. 해외 기준 가격은 국내만큼 타격은 아니나, 계엄 선포 이후 2%가량 떨어졌다.
외신들은 “한국 정부가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면서 한국거래소에서 원화 기준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30%가량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외신은 급락 요인으로는 모두 '한국 비상계엄'을 지목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령 선포 이슈가 빠르게 해소됐다는 점에서 한국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상목 부총리는 금융 및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한국은행도 긴급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상계엄령 선포가 예산 축소 등 긴축재정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이슈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비상계엄령 선포된 이후 의회가 소집되고 계엄령 해제가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시스템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 국내 증시 개장 앞두고 ‘긴장’…증권가, 변동성 영향 '제한적'일 것
국내 주식시장 개장 여부도 불확실해지면서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등 시장 유관기관들이 긴급회의를 통해 고민하던 끝에 주식시장은 정상적으로 개장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는 이사장 주재로 이날 새벽 1시 시장담당 임원 대상 제1차 비상시장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오전 7시에는 전체 간부를 소집해 제2차 회의를 열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해외에 상장된 한국물의 가격 및 거래상황, 환율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늘 증권시장 및 파생상품시장 등을 정상 운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단 주식시장이 열리긴 해도 매도물량이 쏟아질 우려가 있어 안심할 수 없다. 계엄 직후에는 역대급 외국인 매도세가 우려되면서 매매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 발동까지 예상해서다.
증권가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겠으나 국내 금융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단기 변동성 확대는 경계하지만,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해제됐고 이 과정에서 환율·야간 선물 시장 등 낙폭이 축소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특히 국내 증시와 환율시장이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위치한 만큼 점차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 높다”며 “기존 증시 전망 스탠스 및 투자전략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비상계엄령 선포 및 해제 이슈가 빠르게 해소됐다는 점에서 주가 하락 시 매수 대응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이슈가 한국 주식시장의 펀더멘털(기초 체력) 변화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다만 해당 이슈가 빠르게 해소됐다는 점에서 주가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