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전 대응하려면 관련 법·제도 정비와 함께 국정원 대공수사권 복원 필요”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북한과 중국·러시아의 대남 인지전에 대응하려면 관련 법·제도의 정비와 함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복원 등 방첩 시스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한국안보형사법학회가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국가안보정책세미나’에서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대남공작과 인지전 전망’이란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인지전이란 “대중과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거나 정부의 행동 및 제도를 불안정하게 만들 목적으로 외부 주체가 여론을 무기화하는 것”을 의미하며, 심리전의 확대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러시아는 세계를 대상으로 오랫동안 인지전을 펼쳐와 북한과 이들의 협력을 통한 인지전 전개는 우리 안보와 세계 안보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를 특히 위협하는 것은 중·러보다 북한의 인지전을 통한 영향력 공작이라면서 최근 북한이 대남 인지전 공작기관을 확대하면서 인지전 특화조직인 ‘노동당 중앙위원회 10국(대적지도국)’ 위주의 공세적 인지전을 전개하고, 사이버공간을 중심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한 ‘맞춤형’ 인지전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인지전 대응을 위한 법·제도 정비 방향으로 ① 사이버안보법 제정, ② 형법의 간첩죄 개정, ③ 외국 대리인등록법 제정의 필요성과 함께 미국, 프랑스, 대만처럼 인지전 대응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아울러, 방첩 시스템 역량 강화를 위해 인지전에 특화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주제로 발표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우크라이나 당국과 협조해 북한군에 대한 인지전이 작동할 수 있는지 관찰이 필요하다”며 “불법적 파병과 북한군의 불필요한 희생이나 탈영 및 자유 진영으로의 귀순 관련 정보를 유입시킬 수 있는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민국 안보 형사법 제도 진단과 발전 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미국, 영국, 독일의 안보 형사법 제도를 살펴본 후 우리나라의 문제는 “정보기관이 대공수사권을 박탈당해 국내는 물론 외국 간첩도 기소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해결의 필수 선결 조건은 대공수사권을 원위치하고, 형법에 적국의 개념을 외부 또는 외부세력·단체로 구성 요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국가기밀로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 중국과 같이 한국형 외국 대리인등록법을 마련하거나 현재 논의 중인 국가안보기술원법을 제정해야 하고 나아가 산업스파이, 기술침해 행위의 경우도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국가안보기술원법은 신기술로 파생되는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부설연구소를 국정원 산하로 이관해 국가안보기술 연구개발 체계를 개선함은 물론 안보기술연구기관으로서의 전문성을 배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현재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이완희 동국대 교수는 “미국은 9·11 테러 이후 나타난 문제점을 정확히 분석하고 효율성을 강조한 체계적인 정보기관 개편을 이룬 데 비해, 한국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2024년 폐지하고 수사 기능을 경찰로 이관한 것은 제도적 개선보다는 문책성 성격이 강해 문제의 근원적 해결이 아닌 상징적 조치에 그친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대성 동의대 교수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경찰 이양에 이어 대공조사권마저 폐지하려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인 데다, 경찰청도 외사 조직이 폐지되고 정보 분야도 축소됐다”면서 “신안보 위협요인이 증가하는 현시점에서 한국은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정보·방첩기관의 규모와 역할을 축소한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를 공동 주최한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북한, 중국, 러시아가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본격화하고 있는 인지전 위협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차원의 안보 도전으로 기존의 대응을 넘어서는 법적·제도적 체계 구축을 통한 새로운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