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8부 능선'...남은 과제는
[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8부 능선을 넘었다. 이제 남아 있는 단계는 유럽연합(EU)과 미국 법무부(DOJ)의 최종 승인이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에 여객 부문 선결 요건이 충족됐다고 통보했다. 다만 화물 부문에 대한 심사 종결이 남아 있어 EC 최종 승인 발표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지난 14일 분기보고서를 통해 “오는 12월 20일 이전까지 거래 종결(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조속히 기업결합 승인을 완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EC 승인이 완료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신주를 약 1조5000억원에 인수하며 지분 63.88%를 확보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연결 실적으로 편입해 본격적인 통합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 EU·美 두 경쟁당국 승인 지연 이유와 향후 전망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합병에 필요한 14개 필수 신고국 가운데 EC와 DOJ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특히 EC의 최종 승인은 합병 성사를 위한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이 유럽 노선에서 독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며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4개 주요 노선을 저비용항공사(LCC)에 이관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국내 LCC 티웨이항공에 해당 노선을 이관해 EC 요구를 충족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문을 LCC 에어인천에 매각하면서 이행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이에 따라 EC는 최근 여객 부문 요건이 충족됐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화물 부문 심사 종결을 남겨둔 상황이다.
DOJ 역시 인천발 미주 노선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미국 등 미주 노선 여객 수송 실적은 대한항공이 약 47.16%, 아시아나항공이 약 19.61%를 차지했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 협약을 맺은 미 델타항공의 점유율 약 13.91%까지 합산하면 세 항공사의 총 시장점유율은 80.68%에 이른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국내 및 해외 경쟁당국 시정 조치를 통해 독과점을 해소하고 시장 경쟁성을 복원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이행하고 있다”며 “독과점에 따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EC와 DOJ의 독점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대한항공의 적극적인 대응은 최종 승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는 EC 승인이 이뤄지면 DOJ도 승인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합병 가져올 시너지 효과 커...글로벌 항공업계 새 시대 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성사되면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운용 항공기 240대, 국제 여객 점유율 34%를 갖춘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두 항공사가 중복 노선을 정리하고 항공기 기재를 단순화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정비 비용도 줄일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승무원 배치와 조종사 교육에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항공은 자체 정비 역량을 활용해 아시아나항공의 롤스로이스 엔진 중심 정비 구조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프랫앤휘트니 엔진으로 바꿔 유지비를 절감할 방침"이라며 "이러한 조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된 운영체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롤스로이스 엔진은 첨단 기술을 갖춰 정비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부품 수급과 정비 시간이 길어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정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비해 대한항공의 프랫앤휘트니 엔진은 구조가 간단해 유지비가 낮고 정비 시간이 단축돼 항공사 정비 부담을 줄여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합병 이후 아시아나항공 고객층을 대한항공 고객층으로 흡수해 마일리지 프로그램 통합과 같은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합병이 글로벌 항공 동맹체(스카이팀)에서 대한항공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기업결합은 좁은 내수 시장, 분산된 항공 자원 등 국내 항공업계 제약을 극복하고 국내 항공산업 재편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며 “합병에 따른 노선 및 스케줄 다양화로 소비자 편익이 커지고 외국 항공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