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 감지시스템 예산 대폭 줄이고 감시카메라 추가 구매 합당한가?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달 15일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국정감사에서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5년간 GOP과학화경계체계 고장횟수가 현저히 감소하는 추세로 장병 설문조사 결과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오는데 맞느냐?”고 질의하자 석종건 방사청장은 “만족도가 높다고 들었다. 효과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모두 95% 이상 신뢰를 보였다”라고 답변했다. 이후 현재 철책에 설치된 광망 센서가 만족스러운 반응을 얻은 것처럼 인식됐다.
■ 사업 타당성 조사 거친 감지시스템 예산 1460여억원 중 50% 이상 빼내
하지만 방사청에서 발주한 과학화경계시스템 사업의 기종결정 평가방안에 관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전혀 다른 내용이 나온다. GOP과학화경계시스템 1차 사업을 담당했던 A 업체는 “성능개선이 이루어져 광망 센서에서 오경보가 거의 없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현장에 가서 확인한 결과, 광망 센서를 전담하는 B 부사관은 “성능개선이 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소프트웨어를 조정해 오경보가 나지 않도록 감도를 바꿔놨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보고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최근 5년간 오경보가 현저히 감소한 것은 성능개선의 효과가 아니라 업체가 오경보가 나지 않도록 감도를 무디게 조정한 결과로 오경보가 줄어드니 장병 설문조사에서도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임종득 의원이나 방사청장 모두 사실이 잘못된 것을 모르고 설문조사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온 보고서만 참고해 질의와 답변을 한 셈이며,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향후 성능개량 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5년부터 2027년까지 4600여억원을 투자해 추진될 GOP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은 현재 설계와 제안요청서(RFP) 작성이 진행 중이며 오는 12월에 사전 설명회를 거쳐 사업이 공고될 예정이다. 그런데 최근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업 관련 분위기는 사업 타당성 조사를 거쳐 편성된 감지시스템 예산 1460여억원 가운데 50% 이상을 빼내서 감시카메라를 추가 구매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 최신기술 반영된 감지시스템 요구했으나 감시카메라 구매에 예산 전용할 듯
GOP과학화경계시스템의 성능개량을 추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감지시스템의 오경보 빈발에 있다. 이후 현장 확인과 수많은 논의를 거쳐 합참과 육군은 광망을 모두 철거해 오경보를 최소화하고 다양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감지할 수 있도록 최신기술이 반영된 감지시스템 설치를 방사청에 요구했다. 방사청도 최초 설계사업 발주 시 “소요군의 요구사항과 작전운용개념을 고려하고, 기술조사를 통해 적절한 장비(금액포함)를 제시해야 한다”고 공고문에 명시했다.
이에 따라 설계사업을 수주한 C 업체가 기술 수준을 조사한 결과, 육군이 요구한 최신기술이 반영된 장비 설치비는 1100∼1300억원 정도로 파악됐다. 그런데 갑자기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 350여대 기준으로 예산이 편성된 중거리 카메라가 450여대로 100대 정도 늘어났다. 설치비를 포함해 대당 가격이 4∼5억원인 카메라를 추가함에 따라 500억원 정도가 필요해졌고, 여타 이유 등으로 감지시스템 예산에서 780억원 정도를 전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는 방사청 국정감사 당시 임 의원이 선 개념 경계작전은 기상·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고 지형에 의한 차폐 현상 극복도 어려워 벨트 개념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하고 방사청장이 동의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계작전의 질을 높이기 위해 벨트 개념으로 보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철책 감지시스템 예산을 줄여 카메라를 추가 구매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 감시카메라, 거리 멀수록 화각 좁아져 물체 식별할 수 있는 구역 극히 제한
그 이유는 GOP과학화경계시스템은 주 수단인 감지시스템에서 센서를 이용해 침입을 감지하고 보조 수단인 감시카메라가 감지지점의 침입을 확인해 경보 발령 등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이 원칙이자 과학화경계시스템의 작동원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감시카메라는 평지라도 거리가 멀수록 화각이 좁아져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구역이 매우 제한된다. 일례로 100m를 감시할 경우 전방 120도는 보여야 하나 화각이 10도 미만이어서 사각 지역이 110도나 된다.
GOP 철책 부근에선 이런 현상이 더 나빠진다. 임 의원도 언급했듯이 여름과 가을철에 특히 안개가 심하게 발생하고 울창한 숲과 산악, 계곡 등에 의한 지형차폐가 심해 감시카메라의 효과가 극히 제한돼 일각에서는 카메라 무용론까지 제기된다. 특히 중거리 카메라로 원거리를 보려면 화각이 1도 미만에 불과해 그것을 보려고 비싼 장비를 100대씩이나 추가하느냐는 목소리가 야전 부대에서부터 흘러나온다.
따라서 우수한 감지시스템을 우선 적용해 철책 감시를 철저히 보완하고 감시카메라는 정말 효과적인 지점을 판단해 적절히 종심 상으로 배치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것이 바로 임 의원이 강조하는 벨트 개념의 경계작전을 지원함과 동시에 감시카메라의 무분별한 증가를 막아 경계병력을 실질적으로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AI 카메라와 AI 영상분석서버가 모니터 감시병을 줄여줄 거라고 군은 희망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란 시각이 우세하다.
■ 사업 추진 조금 늦추더라도 정확한 사실 확인하고 문제 드러나면 보완해야
현재 GOP 담당부대 상황실에는 모니터 감시병들이 3교대로 운용 중이어서 이전보다 부대 병력이 줄기는커녕 인가대비 1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만약 감지시스템 예산을 줄인다면 과거처럼 싸구려 감지시스템이 도입되고 오경보 빈발로 인한 문제는 또다시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 아니면 최근 사례처럼 소프트웨어 감도를 조정하는 편법이 관행으로 자리 잡아 육군의 경계작전은 엄청난 허점을 끌어안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방사청 사업 관계자는 국회의원실에서 주 수단인 감지시스템과 보조 수단인 감시카메라의 예산 배분과 관련해 묻자 “주, 보조 수단의 구분 없이 묶어서 예산을 쓴다”고 답했다고 한다. 오경보 빈발의 근원이 감지시스템으로 저가의 장비를 사용해 생긴 문제인데 사업 타당성 조사를 거쳐 편성된 감지시스템 예산을 타 분야 예산과 묶어서 사용한다는 답변을 듣고 전문가들은 경악했다. 이러다간 과거의 상황이 그대로 재현될 것 같아 안타깝다.
아직 GOP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이 공고되지 않은 상태이니 방사청은 조금 시간을 늦추더라도 사실을 정확히 확인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제대로 보완해 추진해야 한다. 이번에도 사업이 실패하면 방사청은 국민에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익에 매몰된 일부 업체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모두가 두 눈 부릅뜨고 잘 살펴야 한다. 특히 방사청 사업 부서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