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푸른 눈 4총사' 시대 활짝...첫 외국인 대표 선임에 글로벌 임원 등용 눈길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차 수장 자리에 처음으로 외국인을 선임해 글로벌 인재 영입에 다시 공을 들일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주 실시한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에서 첫 외국인 대표이사를 선임해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 대표이사에 오른 호세 무뇨스(59) 사장은 스페인 출신으로 일본 도요타 유럽법인과 일본 닛산 미국법인 등을 거쳐 지난 2019년 현대차에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 및 미주권역담당으로 첫발을 들였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 합류 이후 딜러 경쟁력 강화, 수익성 중심 경영 활동을 펼치며 미국 등 북미지역에서 최대 실적을 잇따라 갈아 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주력 판매 차종을 가솔린 세단 위주에서 값이 비싸고 수익성도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하이브리드차로 바꾸고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한 점이 수익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미국법인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2018년 68만대에서 지난해 87만대로 28% 증가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15조2928억원에서 40조8238억원으로 2.7배 늘었다. 영업이익은 2018년 적자(-3301억원)를 나타냈지만 지난해에는 2조7782억원으로 급증했다.
무뇨스 사장은 실적 경신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탁월한 경영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입지를 다졌다.
미국 지역에서 성과를 인정받은 무뇨스 사장은 2022년 미주 권역은 물론 유럽·인도·중동 등 해외 권역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또한 현대차 사내이사로 역할이 더 커졌다. 그리고 그는 2년 만에 현대차그룹 최초 외국인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정식 취임은 내년 1월 1일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무뇨스 사장은 성과·능력주의, 글로벌 최고 인재 등용이라는 인사 기조에 최적화된 인재라는 판단에 따라 현대차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됐다”며 “향후 글로벌 경영관리 시스템 고도화와 고객 중심 모빌리티(이동수잔) 리더십 확보 등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인 현대차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이번 무뇨스 사장 선임으로 현대차가 외국인 인재 영입에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는 한때 '푸른 눈의 정의선 사단'이 만들어질 정도로 외국인 임원을 두루 발탁해왔다. 피터 슈라이어(71), 알버트 비어만(67) 루크 동커볼케(59) 등 디자인과 연구개발(R&D), 브랜드전략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세계적인 인재들이 활약했거나 현재도 재직중이다.
현재 현대차에 재직중인 외국인 사장·부사장은(분기보고서 임원 현황 기준) 무뇨스 사장을 포함해 루크 동커볼케 사장, 브라이언 라토프 사장,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 등 총 4명이다.
루크 동커볼케 사장은 현재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와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를 맡고 있다. 1965년생 동커볼케 사장은 아우디·람보르기니·벤틀리 등 글로벌 명차 디자이너와 디자인 총괄 등을 거쳐 2016년 현대차그룹에 합류했다.
동커볼케는 합류 이후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 디자인을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하다 2020년 3월 일신상 이유로 사임했지만 7개월 만에 CCO로 다시 영입됐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디자인 기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최고창조책임자(CCO) 직책을 신설해 담당 임원으로 동커볼케 부사장을 임명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재직기간 보여준 그가 보여준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역량은 물론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 △디자이너 인재 육성 등 리더십이 고객 및 시장과 적극 소통하는 CCO로 그룹 브랜드 인지도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대감을 반영하듯 동커볼케는 선행 디자인 및 콘셉트 디자인 제시 등을 통해 현대자동차,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 별 정체성과 지향점을 명확히 구축했다는 평을 받으며 2022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또한 지난해 10월 미래 모빌리티 디자인 트렌드를 이끌기 위해 단행한 디자인 조직 개편을 통해 현대차·기아의 전체 디자인 방향성을 총괄하는 글로벌 디자인 본부장인 CDO에 임명됐다.
브라이언 라토프 사장은 글로벌 최고 안전 및 품질 책임자(GSQO)다. 라토프는 2019년 현대차 북미법인에 합류하기 전까지 27년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서 근무했으며 당시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은 GM의 내부 안전 체계를 재편했던 글로벌 차량 안전 전문가다.
그는 지난 2022년부터 현대차 글로벌 최고안전책임자(GCSO)를 맡았다. 라토프는 현대차 브랜드 신뢰드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데 여기에는 엔지니어링 전문성과 고객 중심 품질철학을 기반으로 신속한 시장조치를 실시한 점이 주효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라토프는 지난해 하반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GCSQO로 임명됐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인사을 단행하며 라토프 사장은 GCSQO로 현대차·기아의 차량 개발부터 생산, 판매 이후까지 모든 단계에서 품질 관리 정책을 총괄한다고 밝혔다. 또한 내부 프로세스, KPI(핵심성과지표) 등 혁신을 통해 고객 지향성 강화에도 무게를 둔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올해 2월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평가에서 6개 차종이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 등급에, 10개 차종이 '톱 세이프티 픽(TSP)' 등급에 선정되며 글로벌 자동차 그룹 중 최다 TSP 이상 등급을 획득했다.
라토프 사장은 “강화된 IIHS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 수준 안전성을 입증 받아 자랑스럽다”며 “현대차그룹은 항상 고객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차량 탑승객과 보행자 모두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은 가장 최근 영입된 인물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현대차·기아 R&D본부 산하에 제네시스&성능개발담당을 신설하고 하러 부사장을 책임자로 영입했다.
그는 1997년부터 약 25년 간 아우디, BMW, 포르쉐 등 글로벌 유명 자동차 브랜드에서 샤시(차체) 기술 개발부터 전장(전자장비)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총괄까지 두루 경험한 차량 전문가다. 특히 포르쉐 재직 시절(2007~2021년)에는 주요 차종인 카이엔, 박스터 등 내연기관 차량뿐만 아니라 포르쉐 최초 전기차 타이칸 개발을 주도한 이력이 있다.
하러는 현대차·기아 R&D본부에서 제네시스 및 차량 성능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에 따라 그는 제네시스 모든 차종 개발 총괄로 상품성 강화를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또한 현대차 ‘N’으로 대표되는 고성능 차량 개발을 주도해 고성능 분야 경쟁력 제고에도 앞장서는 등 현대차그룹 전동화(전기차화) 전환 가속화에 기여할 적임자로 꼽혔다.
현대차의 이번 외국인 대표이사 선임 등 현대차그룹 인사는 “실력이 있으면 국적, 나이, 성별을 따지지 않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인사 원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글로벌 인재 영입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현대차의 외국인 대표이사 선임은 첫 외국인이라는 의미도 크지만 정의선 회장이 사장단 인사에서 외국인을 포함한 외부인을 절반 이상 뒀다는 점이 더욱 의미가 있다”며 “외국인 영입은 현대차 경쟁력이 결국 해외시장 개척에 있고 해외시장 대응력에 있어 외국인들이 훨씬 경쟁력이 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