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 '빅5' 3분기 순익 또 최대기록 경신…4분기 전망은 안갯속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5대 대형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익 총합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호실적을 이어갔다. 다만 4분기 전망은 제도적 불확실성에 안갯속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들 5개사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익 총합은 6조7237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5조7105억원에 비해 17.7% 증가한 규모다.
각 사별로는 업계 1위 삼성화재가 1조8665억원의 순익을 거두면서 전년 동기에 비해 13.8% 성장했다. 이어 DB손보가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한 1조5780억원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1조4928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5.2% 확대된 실적을 보였다. 현대해상의 3분기 순익은 1조464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3.1% 증가했다. KB손보는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740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보험사들의 실적이 이처럼 증가한 배경에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하에서 중요한 수익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보장성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영항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화재의 3분기 장기보험손익은 1조3339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9% 늘었다. DB손보는 장기보험 손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12.3% 증가한 1조2026억원을 나타냈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장기보험 손익이 1조3200억원으로 13.5% 증가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현대해상은 장기보험 손익이 8757억원으로 83.9%나 급증했다.
투자손익도 개선되면서 실적에 기여했다. 삼성화재는 3분기 누적 투자이익 2조98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23.9% 증가한 것이다. DB손보 역시 누계기준 6195억원의 투자이익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다. 메리츠화재 역시 5998억원의 투자손익을 나타내며 전년 동기 대비 17.8% 증가했다.
다만 현대해상의 경우 전년 동기에 비해 1.0% 증가하는데 그치며 3178억원의 투자손익을 기록했다. KB손보는 1538억원의 투자손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에 비해 12.6% 줄었다.
3분기까지 호실적을 기록한 이들 손보사의 4분기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계절성 요인으로 인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금융당국의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CSM이 줄어들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KB손보 등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4개사의 자동차보험 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감소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3분기 2438억원에서 올해 3분기 1635억원으로 줄었다. DB손보는 2720억원에서 1800억원으로, 현대해상은 2071억원에서 957억원으로, KB손보는 947억원에서 327억원으로 낮아졌다.
이들 4사의 3분기 누계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1.1%로 전년 동기 78.2%와 비교해 2.9%포인트(p) 악화됐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80% 내외 수준을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손해율이 상승한 것은 누적된 자동차보험료 인하의 영향이다. 가입자로부터 받는 보험료가 줄어들어 손해율이 상승한 것이다.
문제는 통상 겨울철에는 폭설 등의 계절성 요인으로 손해율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보험료 인하가 누적되면서 손해율이 상승한 상황에서 겨울철 계절성 요인을 고려하면 4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4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가이드라인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을 자의적으로 높게 설정해 이익을 부풀렸다며 해지율 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올해 연말 결산부터 무‧저해지 보험 납입 중 해지율 산출 시 완납 시점 해지율이 0.1%에 수렴하는 '로그-선형' 모형을 원칙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적용하면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 감소 폭이 로그-선형 모형보다 큰 보험사들의 CSM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화재의 경우 원칙모형을 적용해도 CSM 규모 감소가 1000억원 내외로 크지 않고 K-ICS 비율도 1~2%p 감소하는데 그칠 것으로 추산돼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무‧저해지 상품의 비중이 작은 메리츠화재 역시 CSM 변화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한 DB손보, 현대해상, KB손보는 순익 감소가 예상된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당국이 제시한 모형을 적용하면 다수의 손보사가 CSM 규모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4분기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