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삼양·오뚜기, 'K-라면' 해외 열풍에도 내수 부진 '발목'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등 라면 업체들이 글로벌 인기에도 불구, 내수 경기 불황에 발목을 잡혔다. 특히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처럼 전 세계적인 문화와 트렌드로 자리잡아 호실적을 견인하지 않는 이상 국내외 매출 차이는 크다.
이들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생존길을 모색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삼양·오뚜기' 등 라면 3사는 전반적으로 국내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내수 부진으로 판촉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먼저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인기에 3분기 매출액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오른 438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73억원으로 101% 신장아며 3분기 연속 20%대의 성장률을 실현했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2491억원을 달성하며 지난해 연간 매출액(1조1929억원)을 뛰어넘었다. 누적 영업이익은 2569억원으로, 이미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선 바 있다.
전통적인 K-라면의 강자인 농심과 오뚜기는 내수 부진 타격을 적잖게 받았다.
농심은 3분기 영업이익은 376억 원으로 전년비 32.5% 줄었으며 매출액은 8504억원으로 0.6% 줄었다. 스낵과 음료 카테고리에서도 각각 6.6%, 13.8%씩 하락했다. 중국에서도 현지 소비 침체가 이어진 동시에 온라인 채널이 부진해 매출이 21% 감소했다.
오뚜기는 3분기 매출액으로 0.5% 하락한 9041억원이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4% 감소해 636억 원으로 마감했다.
라면 3사의 공통점은 해외 부문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어도 국내에서 매출 성장이 지지부진하고 판관비가 늘어 이익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늘어난 3428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78%를 차지했다. 농심도 국가별 식문화를 고려해 브랜드 제품군을 다변화하고 거래선을 정비하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덕에 수출이 크게 늘었다.
문제는 국내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지역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소매판매액지수(2020년=100)는 100.7로 전년비 1.9% 하락했다. 소매판매액지수의 하락세는 2022년 2분기부터 10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은 "199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긴 감소세"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내수 사업에도 영향을 받고 있지만 해외 소비자들에게 라면은 한 끼의 식사이자 문화가 됐기 때문에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 말했다.
이에 라면 3사에겐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게 정답이 됐다. K-라면의 인기도 이어지는 마당에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생산력만 갖춘다면 호실적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수순이다.
농심은 4분기 '신라면 툼바'로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낼 계획이다. 지난 9월 '신라면 툼바'는 출시 24일 만에 300만 개가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에서 큰 반응을 얻은 신라면 툼바를 4분기에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며 "10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미국법인의 용기면 라인 증설로 매출과 이익 개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기존 일본과 중국, 미국을 넘어 인도네시아와 유럽, 네덜란드에 판매 법인을 신설했다. 게다가 수출 전용 밀양2공자 완공을 앞두고 있어 수요에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아시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불닭브랜드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며 "최근 신설한 인도네시아, 유럽판매법인이 현지시장에 안착하고 내년 밀양 2공장이 완공되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오뚜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적 개선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028년까지 글로벌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