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도제대학 ' KAP', 반도체·AI 등 첨단기술 분야 '일자리 미스매칭' 해소한다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제조 전문업체인 (주)메티스는 정부의 '일학습병행' 사업에 참여해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일학습병행 사업은 기업이 전문대학 혹은 대학과 연계해 학생들의 실무역량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수혈하는 제도이다. (주)메티스는 반도체업계의 인력부족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 전문성 높은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다.
실제 운용의 동력은 '인센티브'였다. 학습근로자(학생)는 교육 장비를 지원받고, 단계별 현장 기술 시뮬레이션을 통해 학습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했다. 기업현장교사(직원)는 고숙련마이스터 과정 지원과 우수사원 선정 및 승진연한 단축 등과 같은 혜택을 부여받았다.
(주)메티스도 큰 성과를 얻었다. 산학협력 등의 신규 국책과제 협약을 체결했고, 2023년 매출은 2020년 대비 46%가 증대됐다. 특허, 논문 등재 등을 통해 기업가치 상승도 이루어졌다. 지난 달 31일에는 '2024 일학습병행 우수사례경진대회 학습기업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 내년 3월 시범사업 실시하는 KAP, 진입장벽 낮추고 '1인 총액 지원'으로 제도를 단순화
고용노동부(장관 김문수)가 현장 중심의 직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일학습병행 지원 사업을 확대한다. 일학습병행은 ‘현장기반 훈련’으로 기업이 청년 등을 채용한 후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으로 업무 현장‧사업장 외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평가를 통해 자격을 주는 교육훈련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구직자의 역량 개발과 일자리 연계를 핵심으로 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ALMP: Active Labor Market Policy)의 대표 격으로, 지난 2013년 국내에 도입된 이후 누적 훈련생 16만명을 돌파했고, 기업 2만개소가 참여했다.
하지만, 직무 역량 개발의 핵심이 되는 청년층이 참여하는 일학습 병행의 경우 과도한 규제와 복잡한 지원 체계 등으로 참여가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지난해 재학생 일학습병행 참여 현황을 보면 대학 참가자는 3481명으로 고교생 참가자 7454명의 46.7%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학습병행 특화대학’(KAP, Korean Apprenticeship Program) 사업이다. KAP은 한국형 도제 제도를 의미하며 청년층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영문으로 지어졌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시작될 KAP사업은 대학의 일반 과정과 기업 특화 과정을 일학습병행 훈련으로 인정하고, 훈련 시간을 수강생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수준인 6개월, 300시간 하한으로 설정했다. 대학의 일반과정도 일학습병행 훈련으로 인정함으로써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다. 좀 더 다양한 대학이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 프로젝트 기반의 학습을 확대해 실무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 기업과 학교에 지원되는 지원금의 종류를 단일화했다. 1인 총액 지원을 통해 대학과 기업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권태성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은 “내년부터는 일학습병행 특화대학을 통해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관점에서 청년들이 한층 더 편리하게 기업 맞춤형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KAP가 활성화될 경우, 한국대학의 기술인재 배출 역량이 강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KAP에 참여하는 대학들이 앞으로 대입수험생들 사이에서 상당한 관심을 모을 것으로 분석된다.
■ 한기대, 일학습병행 OJT 포럼 등 개최하며 우수 사례 전파에 앞장
정부는 현재 협약기업 모집, 학습근로자 모집‧채용 지원, 사업장 외 교육훈련(Off-JT), 도제식 현장교육 훈련(OJT) 지원, 학습근로자 평가 지원 업무를 수행 등을 수행하는 일학습병행 공동훈련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학습병행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널리 전파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기술교육대학교(총장 유길상, 이하 한기대) 일학습병행 공동훈련센터에서 열린 ‘2024 일학습병행 OJT(On-the-Job Training, 도제식 현장 교육훈련) 포럼 & 우수사례 경진대회’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날 포럼은 일학습병행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기업 현장훈련의 표준 모델 제시하며 유관기관 간 상호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됐다. 수상 사례를 한기대 일학습병행대학 홈페이지에 공개함으로써 전국 기업과 기관들이 일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유길상 한기대 총장은 이날 포럼에서 “학벌이 아닌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지닌 참된 인재가 대우받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자 2015년부터 일학습병행 사업을 도입했다”며 “한국형 일학습병행 표준모델’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