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전설적인 투자가로 알려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초우량주를 골라내는 주식투자 노하우 가운데 하나로 ‘재무제표’를 꼽았다.
버핏 회장은 “어떤 사람은 플레이보이를 읽지만 나는 재무제표를 읽는다. 투자자라면 수많은 기업의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를 읽어야 한다”고 말할 만큼 기업 재무상태나 경영 성과 등을 보여주는 재무제표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재무제표의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수많은 숫자 뒤에 드러나지 않은 미지의 정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개인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게 많지만 기업 행동은 다 이유가 있다며 재무제표에는 논리적인 대답이 존재하고 그 안에 숨겨진 세상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종학 교수는 17일 한국생산성본부(KPC)가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2024년 12회차 'KPC CEO 북클럽'에서 재무제표 속에 숨겨진 정보의 비밀을 알기 위한 분석 노하우를 실제 기업 사례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강의했다.
최 교수는 기업 상황을 알려주는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포괄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자본 변동표) 등을 소개했다.
재무상태표를 분석하기에 앞서 그는 ‘자본+부채=자산’이라는 기본 공식을 기억해야 하다며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 유동부채와 비유동 부채를 설명했다.
유동자산은 1년 이내 현금화되거나 사용돼 소멸되는 자산이고 비유동자산은 1년 이상 장기간 사용되는 자산이다.
그러나 때로는 1년 내 현금화가 불가능하지만 유동자산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유동과 비유동은 실제 1년 내 현금화 가능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산이 생긴 배경과 의도에 따라 구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재고자산은 1년 내 소멸이 불가능하면 비유동자산에 속해야 하지만 회사가 판매를 목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유동자산이 포함된다.
부채도 마찬가지다.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면 유동부채, 만기가 1년 이후이거나 고정이면 비유동부채다.
유동부채와 비유동부채 간에도 재미있는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 채권 만기는 일반적으로 3년, 5년이기 때문에 비유동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 5년 가운데 4년이 지나 만기 1년이 남으면 비유동부채에서 유동부채로 옮겨간다.
최 교수는재무상태표에서 유동자산의 ‘당좌자산’과 비유동자산 중 ‘장기금융자산’에 주목했다.
당좌자산은 빨리 현금화 할 수 있는 예금과 주식 채권 투자 등을 말한다. 그런데 장기금융자산에도 투자주식이나 투자채권이 있다. 이 두 개는 ‘언제든지 팔수 있는 주식인가, 당분간 팔 계획이 없는 주식인가’로 구분된다.
팔 계획이 없는 주식은 '계열사 주식' 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포스코 그룹의 경우 포스코에너지, 포스코건설, 포스코퓨처엠 주식이 장기금융자산이다.
최 교수는 “몇년 전 포스코 장기금융자산이 1년간 3조원 가량 급증했다"며 "당시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을 인수합병하며 회사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지주사는 대부분 장기금융자산만 가지고 있다. LG는 자산의 90%가 장기금융자산이며 자회사 주식을 가진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포스코는 지주사이면서도 독자 사업을 펼쳐 유형자산을 많이 확보한 점이 독특하다.
이는 제조업 특성과도 같다. 제조업은 비유동자산 가운데 유형자산 비율이 50%에서 많으면 80%를 차지한다.
최 교수는 유형자산 가운데 ‘감가상각’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감가상각이 없는 토지를 제외한 유형자산을 회계처리할 때 감가상각비를 따지게 마련이다.
유형자산이 20조원, 이 가운데 토지가 2조원이라고 가정하자. 감가상각비 대상은 18조원이며 평균 내용연수(기간)을 9년이라면 연간 감가삼각비는 2조원이다. 내용연수가 10년일 경우 1조8000원으로 내용연수에 따라 비용이 2000억원 차이가 난다.
최 교수는 “이는 세금하고 관련이 없어 당기순이익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며 "결국 불과 1년 차이로 연간 이익이 2000억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 과거 실적이 특별히 늘어날 일도, 줄어들 일도 많지 않아 이른바 손익변동이 크지 않은 업종의 A업체가 매각 후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A업체가 기존 영업이익을 50억원 수준으로 유지했지만 매각 2년 만에 경영 개선을 통해 연간 영업이익이 200억원대로 늘어났다는 내용이다.
이를 수상히 여긴 최 교수는 재무제표를 분석했고 해당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의 감가상각 내용연수가 늘어나 연간 감가상각비가 150억원 줄었고 이에 따라 이익이 증가한 점을 확인했다. 재무제표를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았다면 자칫 회사 경영이 개선돼 이익이 향상됐다고 오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 교수는 단순히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만 보고 회사 가치를 평가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LG와 SK가 지난 2021년 배터리 영업비밀을 두고 소송을 벌이다 SK 측이 LG에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분쟁이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판결 당사자인 배터리 전문업체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에 현금 1조원을 지급하고 로열티 1조원은 10년간 매출액에 비례해 분할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한 금액을 영업외비용으로 분류했다. 일반적으로 소송에서 패소해 지급하는 금액은 영업외비용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SK온으로부터 받은 금액을 매출에 포함했다. 자사 기술 사용을 허용하고 라이센스 비용을 받는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한 비용이라는 이유에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해 영업이익이 2000억원이었는데 SK온으로부터 받은 1조원이 없었다면 8000억원의 영업적자 냈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 교수는 “일부 투자자는 공부하지 않고 투자한 후 기업이 속였다고 여기는데 기업은 대부분 회계법인을 통해 감사를 거쳐 분식회계를 저지르는 경우가 흔치 않다”며 “다만 주석에 처리돼 재무제표에 표시되지 않은 정보가 있을 수 있어 반드시 재무제표를 살펴보고 투자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