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내려간 기준금리에 조달부담 완화 전망…수익 제고 효과는 '글쎄'
올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여전채 금리 하향 안정화
10월 이어 11월 추가 인하도 점쳐져 조달비용 감소 전망
무이자 할부 등 고객 혜택 강화하며 마케팅 확대 나설 듯
"대손부담‧가맹점 수수료율 등 수익 확대 제한적" 분석도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11일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p) 인하하면서 카드업계가 조달부담 완화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말 기준 카드사의 조달구조 중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68%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여전채, 기업어음,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통해 사업자금을 조달한다.
카드업계는 금리인상기 이후 고금리가 유지되면서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전채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저금리 시기 낮은 이자율로 발행했던 채권을 차환하기 위해 상당한 이자비용을 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여전채 금리가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부담이 완화됐다. 여전채 AA+등급 3년물 금리는 2022년 10월 6%를 넘어섰다. 이후 지난해 초 하락세를 보이며 3% 후반대까지 내려갔으나 다시 상승하며 11월 4.938%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점쳐지면서 금통위 역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며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이달 10일 기준 여전채 AA+ 등급 3년물 금리는 3.380%이며 전월 말에는 3.2%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여전채 금리가 더욱 내려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카드사의 조달부담 축소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달부담이 줄어들면서 카드업계의 마케팅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조달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축소해 왔다. 무이자 할부 기간을 축소하고 '알짜카드'로 불리는 인기 카드도 단종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가 단종한 신용‧체크카드는 373개로 전년 연간 단종 개수인 458개의 81%를 넘어섰다.
조달 부담이 완화되면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할 여력이 늘어나는 만큼 무이자 할부 기간과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카드사들은 여전채 금리가 안정화를 보이면서 무이자 할부 기간을 확대하고 나섰다. 롯데카드는 이달 롯데백화점, 온라인‧종합병원‧여행‧손해보험 업종에서 최대 5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우리카드도 이달 말까지 백화점‧온라인쇼핑‧병원‧여행‧항공‧면세점 등 업종에서 최대 6개월의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며 BC카드는 연말까지 온라인쇼핑‧백화점‧여행‧병원‧손해보험 업종을 대상으로 2~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8일 보고서를 통해 "금리하락으로 조달비용부담이 완화돼 점진적으로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비우호적 영업환경 대응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조달비용 상승 부담과 차주의 부실화 가능성 확대에 따른 건전성 관리로 2023년부터 성장률이 2% 미만으로 크게 둔화됐다"면서 "여전히 차주 부실화 위험은 존재하나 조달비용 상승 부담이 완화된 점은 카드사의 영업자산 성장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기간을 늘리며 혜택을 확대하고 있지만 고금리 시기 발행한 채권을 모두 차환하기 전까지는 부담이 여전해 혜택 확대가 더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여전채 금리가 하향 안정화됐지만 과거 저금리 시기 발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더 낮은 금리로 발행했던 채권을 차환하는 비용과 고금리 시기 발행한 채권이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조달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될 것으로 예상돼 수익 확대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잔액이 증가해 건전성 우려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카드론 수요가 늘어 카드론 잔액이 크게 늘었다"면서 "금리 인하가 당장 차주의 상환여력 제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대손부담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또다시 인하될 것으로 보여 조달부담 축소에도 마케팅 확대에 따른 수익 제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조달 부담이 줄어 수수료율 인하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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