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119)] 국방 연구개발 혁신을 위한 ‘통합기술기획’ 추진 본격화 필요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4.10.10 16:10 ㅣ 수정 : 2024.10.10 16:23
국방부 중심 통합기술기획으로 첨단기술의 신속한 개발과 전력자원 기술의 균형적 개발 가능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달 19일 이경호 국방부 공보과장은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는 국방부 주도의 국방 연구개발(R&D) 추진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책 절차를 진행 중이고, 이후에 관련 부처와 협의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현재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과 국방부로 이원화된 국방기술 R&D 업무를 국방부 산하로 일원화해 국방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 ‘통합소요기획’ 절차 신설돼 기획·계획 소요기간 4년 정도 단축 예상
지금까지 국방 R&D는 무기체계 위주로 소요를 결정하면서 국방과학기술과 국방정책, 방위사업 분야를 포괄해 검토하지 못함으로써 소요기획과 기술기획이 단절돼 진행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결과, 소요기획 체계에서 집중적으로 검토돼야 하는 기술 성숙도를 고려하지 못해 소요 결정 이후 무기체계 연구개발과 전력화가 지연되거나 무기체계 적용 성과가 미흡한 등 문제가 많았다.
이에 국방부는 국방획득체계 개선의 일환으로 국방 R&D 체계의 출발점인 소요기획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열린 국방혁신위원회 3차 회의에서 ‘통합소요기획’ 절차를 신설했다. 이 절차가 정립되면 기존 소요획득 기관과 부서가 소요제기 후 순차적으로 수행하던 소요결정, 선행연구, 소요검증 같은 다소 중복된 분석·연구 활동을 하나로 통합해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통합소요기획이 이루어지면 국방과학기술과 국방정책, 방위사업 분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분석해 무기체계 소요의 완전성을 높이고, 과거 순차적으로 수행하던 분석과 연구를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사업추진전략을 적기에 수립할 경우 통상 7년가량 소요되던 기획·계획 기간이 약 3년이면 가능해 4년 정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국방부는 판단하고 있다.
■ 기술기획 검토 필요해졌고, 국방부 중심의 ‘통합기술기획’ 의견 대두
통합소요기획 절차 신설로 제도가 변화됨에 따라 기술기획 제도의 검토가 필요해졌다. AI, 자율·무인체계 등 첨단기술과 군사 기술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유무인 복합체계 등 미래 핵심전력의 적시 확보를 위해서는 방사청,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등으로 분산된 첨단기술에 대한 ‘통합기술기획’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그동안 계속 제기돼왔다.
합참에 따르면, 2006년 방사청 개청 이후 전력화 지연의 58%는 기술분석 미흡과 기술 수준 미달이 원인이고, 최근 5년간 작전운용성능(ROC) 수정의 29.5%는 기술예측 곤란에서 초래됐다. 이로 인해 2017∼2022년간 핵심기술 연구개발의 무기체계 적용성과는 59.1%에 불과하다. 이처럼 핵심기술의 연계성 부족으로 전력화가 지연되고 무기체계 적용성과가 미흡한 실정이어서 전력소요와 핵심기술 연구개발의 연계성 강화를 위한 기술기획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미래 핵심전력의 신속한 확보는 물론 국방정책과 군 작전개념을 바탕으로 전략적인 기술기획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방부 중심의 ‘통합기술기획’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논의를 위해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국방부가 주도하는 ‘국방 R&D 혁신방안 토론회’가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수차례 진행되고 있다.
■ 국방부, 통합기술기획 위한 ‘국방 연구개발 거버넌스 혁신 방안’ 마련 중
전문가 패널로 참여한 정홍용 前 국방과학연구소장은 “기술기획은 어떤 기술을 개발할지 선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므로 기술조사를 통해 산·학·연의 기술 수준을 사전에 잘 파악해야 한다”며 “민간 첨단기술을 어떻게 국방 R&D에 끌어들일지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고, 방종관 서울대 산학협력교수는 “국방 R&D에 있어 민간과 원활히 소통하는 ‘개방성’이 필요하다”고 주문하면서 국방부 주도의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방부는 이러한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현재 통합기술기획을 위한 ‘국방 연구개발 거버넌스 혁신 방안’을 마련 중이다. 첨단기술의 신속한 개발과 전력자원 기술의 균형적 개발을 위해 추진하는 이 방안에는 ① 국방 R&D 기능 국방부 이관 및 조직 개편, ② 국방 R&D 업무수행체계 재정립, ③ 출연기관 업무 재정립과 (가칭)국방기술혁신원 설립 등 3가지 주제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검토되고 있다.
그동안 국방부 첨단전력기획관실과 수차례 혁신방안 토론회를 이끌어온 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장은 “전문가 패널의 의미 있는 지적과 제언들이 최종 혁신방안에 충분히 담겨 국방연구개발의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는 통합기술기획이 추진되기를 바란다”면서 “향후 국회 세미나 등의 과정을 거쳐 혁신방안에 대한 공감대 확산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