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 KCGI 투자로 증권사 '우회인수'하나…'대주주적격성' 통과 관건
OK금융, KCGI 한양증권 인수에 자금지원 나서…'사실상 우회인수' 비판도
1000억원 규모 전략적 투자…인수금 절반 해당돼 적격성심사 이뤄질 듯
대부자산 문제로 과거 증권사 인수 좌절…당국 "대부업 계열사 정리해야"
OK금융, 추후 지분 매입해 경영권 확보 가능성…"단순 투자일 뿐 결정된 바 없어"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OK금융그룹이 사모펀드 KCGI의 한양증권 인수에 자금을 출자한다. 일각에서는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선언한 OK금융이 이를 통해 증권사 인수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CGI는 지난달 19일 한양학원과 한양증권의 지분 29.6%를 2204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공시했다. KCGI는 한양학원과 관계회사 백남관광‧HBDC로부터 보통주 376만6973주를 주당 6만5000원에 매입하게 된다.
KCGI가 한양증권 인수를 위해 마련한 프로젝트펀드에는 OK금융과 메리츠금융이 지분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OK금융이 지원한 액수는 1200억원 규모로, 인수대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OK금융은 지난해 10월 대부업 라이선스를 반납하면서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OK금융은 2014년 OK저축은행의 전신인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금융당국에 제출했던 '저축은행 건전 경영 및 이해상충 방지 계획'에 따라 대부업 철수 작업을 진행해 왔다. 2018년에는 원캐싱, 2019년에는 미즈사랑을 철수한 바 있으며 지난해 남은 대부계열사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보유한 대출채권 중 매각이 가능한 정상채권 7351억원은 OK저축은행에 양도하고 이외 남은 대출채권은 오케이에프앤아이로 매각하면서 철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OK금융은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증권사 인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나 번번이 좌절을 겪었다. 과거 이베스트투자증권(현 LS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으나 금융위는 OK금융이 대부업 위주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대주주적격성심사에서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
이보다 앞서 2015년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 2016년 리딩투자증권 인수전에 나섰으나 역시 모두 실패했다.
OK금융은 지난해 대부자산을 모두 정리하면서 대부업 라이선스를 반납했으나 2022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최 회장의 동생인 최호씨가 소유한 대부업체 비콜렉트대부와 비콜렉트대부의 자회사인 H&H파이낸셜대부와 옐로우캐피탈대부가 계열사로 묶이게 됐다. 최호씨가 소유한 이들 대부업체는 OK금융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나 공정거래법상 동일기업집단에 속한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7월 OK금융에 H&H파이낸셜대부와 옐로우캐피탈대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OK금융이 가족계열사로 대부업체를 소유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한양증권 인수에서도 OK금융이 대주주적격성심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여 성패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대부 계열사는 물론 핵심 계열사의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OK저축은행‧OK캐피탈의 건전성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악화하고 있는 점도 대주주적격성심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OK저축은행은 올해 2분기 7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상반기 연체율은 9.76%로 전기 6.69%에 비해 3.07%포인트(p) 상승했다. 올해 발생한 OK캐피탈의 부실채권 규모는 957억원이다.
대주주적격성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업계에서는 OK금융이 KCGI의 프로젝트펀드에 자금을 지원하고 우회적으로 한양증권을 인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KCGI의 한양증권 인수가 대주주적격성심사를 통과하게 되면 한양증권의 경영권을 취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KCGI가 한양증권의 지분을 매각하는 시점에 OK금융이 이를 매입해 경영권을 얻는 방법으로 증권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OK금융은 단순 투자일 뿐 경영권과 관련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OK금융 관계자는 "한양증권 인수 지원은 단순 투자일 뿐"이라며 "경영권과 관련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으며, KCGI 측에서도 아직 조율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 회장의 가족계열사인 대부업체는 OK금융과 관련이 없는 회사"라며 "OK금융이 정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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