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불안 부추겨 국제유가 선동하는 네타냐후의 꿍꿍이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에 이어 레바논 헤즈볼라, 이란 등과 연쇄적으로 충돌을 빚고 있는 이스라엘이 좀처럼 전쟁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는 안팎의 비판 속에서도 전면전 위험을 무릅쓰고 확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를 겨냥해 이스라엘 내에서 총리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난해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격돌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해를 넘겨 거의 1년 가까이 지속되자 텔아비브에서는 전쟁중단과 총리퇴진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군을 동원해 헤즈볼라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 800곳 이상을 타격하며 거의 전면전 수준의 확전태세를 과시하고 있다.
이번 공격으로 레바논인 274명이 숨지고 1000여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이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산발적 공격을 주고받은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전면전에 가까운 공격을 통해 하루 13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것은 처음이다.
친이란계 헤즈볼라와 이란은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에 분노를 나타내며 보복공격을 다짐하고 있어 자칫 18년 만에 다시 전면전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네타냐후는 최근 레바논 곳곳에서 벌어져 수백명의 피해자를 낳은 일명 삐삐 폭발사건의 배후라는 의혹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대적인 공습을 벌여 또다시 1300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양산해 미친 전쟁광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양측의 충돌로 지금까지 약 600명 정도가 숨졌는데, 이날 하루 공습으로 1년치 사망자 수의 30% 이상의 희생자가 나온 셈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2006년 레바논 이스라엘 전쟁 이후,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레바논 측 최다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네타냐후가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강경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헤즈볼라의 반격이 예상보다 덜 치명적일 것이란 계산과 함께 확전을 통해 이스라엘 내부에서 일고 있는 자신에 대한 퇴진시위가 가라앉을 것이란 정치적 속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 헤즈볼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이후 네타냐후에 대한 지지율은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번 공격을 이란이 그냥 두고보지만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함께 중동에서 최고군사력을 지닌 국가로 분류된다. 이란은 즉각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습은 미친 짓”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칸아니 대변인은 이어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새로운 모험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레바논으로 시온주의자의 범죄가 확장하는 것은 지역 및 국제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지난 7월 말 자국 수도 테헤란에서 벌어진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사건과 관련, 아직까지는 별다른 보복공격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을 계기로 네타냐후가 확전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이란이 구체적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까지 전쟁에 가세할 경우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이어 이란 정규군까지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영국 가디언은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을 상기하며, “양측의 전쟁에서 명확한 승자는 없을 것”이라며 이스라엘 역시 큰 상처를 입을 것임을 시사했다.
중동에서 확전가능성이 고조됨에 따라 국제유가는 여전히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국제유가는 내림세를 보이고 있고, 앞으로 더 내리는 것이 마땅한데, 중동불안이 이를 강제로 저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