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놓고 협회 간 충돌…"의료 체계 혼란" vs "직군 신장"
전문대생, 간호조무사 자격증 위해 '간호학원' 또 다녀야
"간호조무사 자격, 전문대 졸업생으로 격상 시 혼란 가중"
동네의원, 전문대 졸업 간호조무사 인건비 감당 어려워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간호조무사는 의료법 체계에서 가장 밑에 있는 직군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아하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들의 직군 신장을 위해 전문대 졸업생에게도 간호조무사 자격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자격을 고등학교 졸업생(검정고시 포함)으로 제한했다. 간호조무사 양성 과정을 갖고 있는 전국 70여 개의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 또는 전국 600여개의 간호학원 졸업생만이 간호조무사 시험을 볼 수 있게 돼 있다.
즉 전문대학교에서 보건행정을 전공한 졸업생이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해서는 간호학원을 1년간 다녀야 된다. 이 같은 법 규정에 대해 간호조무사협회는 “학력 제한이 철폐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간호조무사협회의 주장대로 보건행정과 졸업생들이 간호조무사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간호학원과 상응하는 교육 과정 시스템을 갖고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건행정과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한 일부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간호학원협회에서 전문대 보건행정과 졸업생들에게 간호조무사 자격 시험을 보게 해달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국내 32개 전문대학교 보건행정과에서 학생들이 간호학원을 따로 다니고 있다”면서 “이들 학교 중 24곳이 간호학과가 있어 간호조무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수업을 이수하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간호학원이 갖고 있는 간호조무사 양성 과정 교육 문제는 해결된다. 다만 간호학원처럼 체계적인 실습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전문대학생들 이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된다.
간호조무사의 학력 증가를 놓고 가장 큰 갈등은 ‘의료 체계 혼란’으로 꼽힌다. 현행 의료 체계는 의사가 상위에 있고 그다음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순으로 돼 있다. 전공의(의사) 역할을 하는 PA간호사가 생겨나면서 의료 체계는 혼란스러운 상태다. 지방에는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PA간호사 업무도 간호조무사가 보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료 체계에서 간호조무사의 학력을 전문대 졸업자로 상승시킨다면 혼란만 가증시킨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간호 관련 단체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간호대 4년 과정을 마친 간호사의 업무 지시를 고졸 출신 간호조무사가 보조하는 게 현행법 체계인데 전문대 졸업생으로 대체 된다면 지위가 올라가기 때문에 의료계 혼란만 가져오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현행 의료법 체계에서 간호조무사는 간호 보조 업무 인력으로 간호사의 업무 지시를 받게 돼 있다. 이는 2‧3차 병원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다만 1차의료기관(의원)에서 5인 이상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곳이라면 간호사를 두게 돼 있다. 이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1차의료기관의 간호 업무는 의사 지시 하에 간호조무사가 담당하고 있다.
1차의료기관에서도 간호조무사의 학력 증가로 의료 체계 혼란이 올 것 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해 간호학원계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동네의원 원장이 비싼 인건비를 감당하며 전문대 출신 간호조무사를 고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간호조무사협회의 주장은 근시안적”이라면서 “전문대학교를 졸업한 간호조무사와 고졸 간호조무사 간 고용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간호조무사라는 직군은 1960년대 서독으로 간호사를 파견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간호사가 빠져나가는 것을 대처하기 위해 간호보조원을 만든 것이다.
임시 방편으로 만들어진 간호조무사 제도가 현재 국내 의료 체계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직군이 됐다. 의료 체계 내에서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간호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필요하나, 학력 상승을 놓고 간호조무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 한국간호학원협회 등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만 팽배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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