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내릴 땐 발 빠른 은행...기준금리 넘는 상품 ‘전멸’
은행 예금상품 기본금리 모두 기준금리 밑돌아
긴축 완화 전망 속 채권금리 하락분 반영 결과
가계부채 억제 명분 대출금리는 계속 올려잡아
예대금리차 확대에 은행 수익성 계속 좋아질듯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 인하가 이어진 결과 현재 기준금리인 연 3.50%를 넘는 상품이 ‘전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긴축 완화 기대에 따른 채권금리 하락세를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정기예금에 대한 금리 조정 속도만 유독 빠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최근 대출금리 반등세를 고려하면 은행의 수익성은 더 제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기본금리는 연 2.35~3.42%로 집계됐다. 최고금리가 연 3.66%까지 오르는 상품도 있으나 해당 은행과 첫 거래 고객에게만 적용하거나, 체크·신용카드 발급 실적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제한적인 부분이 많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1년 만기 상품 기준으로 연 2.50~3.40%다. 여기에 각 은행이 설정한 우대조건을 채우면 최고 연 3.35~3.40%가 적용된다. BNK부산·BNK경남·전북·광주 등 지방은행의 경우 같은 기준으로 기본금리가 연 2.35~3.35%에서 형성돼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연 3.30%, 연 3.10%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올 하반기 들어 정기예금 금리 인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금융시장에 반영되면서 채권금리가 하락 전환했기 때문이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시장의 기준이 되는 금리가 떨어졌으니 금융 상품 금리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2분기쯤부터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계속 나왔고, 이 영향으로 은행채(금융채) 금리가 내려갔다”며 “채권금리를 기준으로 하되 자금 조달 환경과 업계 평균치도 고려하면서 세밀하게 (정기예금 금리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이 예금과 대출에 대한 금리를 일관성 없이 적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 은행권이 가계부채 억제 대책으로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 7월부터 국내 주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인상을 발표한 것만 20차례 이상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지난 5일 기준 5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연 3.69~6.09%로 집계됐다. 한 달 전(연 3.03~5.71%)과 비교하면 하단은 0.66%포인트(p), 상단은 0.38%p 오른 수치다. 은행권에선 가계부채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주담대 둔화가 지표로 확인될 때까지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본다.
정기예금 금리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만 반등할 경우 은행의 예대금리차(예대마진)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은행이 고객에 내주는 예금이자는 줄거나 그대로 유지되는데, 대출로 인해 걷어들이는 이자는 늘어난다는 뜻이다. 올 하반기 이자 이익 중심의 수익성 제고가 점쳐지는 이유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지난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0.43%p로 전월(0.51%)과 비교해 0.08%p 축소됐다. 다만 최근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분을 온전히 반영하지 않은 집계로, 8월 통계에서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8월은 예대금리차 하락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표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된 가운데 은행들이 7월 말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주담대 금리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편 은행권 정기예금의 금리 매력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추가 하락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925조6659억원으로 전월 말(909조3403억원)보다 16조3256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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