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캐즘 돌파 전략(下)]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ESS시장 공략 '가속페달'

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9.02 05:00 ㅣ 수정 : 2024.09.03 09:17

LG에너지솔루션, 미국에서 ESS용 배터리 공장 구축해 광폭행보
삼성SDI, ESS 기술력 꾸준히 발전시켜 배터리시장 공략 가속화
SK온, 안정성 탁월한 ESS기술 내놔...SK이노-SK E&S 합병으로 ESS 확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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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가 빈발해 이에 따른 포비아(Phobia·공포증)가 커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화재 사고가 나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정확한 화재사고 원인이 조사 중이지만 전기차 배터리에 따른 화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전기차 화재를 둘러싼 전기차 배터리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향후 개선 방안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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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순서대로) 최윤호 삼성SDI 대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이석희 SK온 대표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빅3'가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외에 에너지저장시스템(ESS)용 배터리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는 등 사업다각화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와 전기차 배터리 화재 소식이 잇따르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 3사 실적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증권정보 제공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은 △2022년 1조2137억원 △2023년 2조1632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1조414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영업이익이 △2022년 1조8060억원 △2023년 1조6334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조 579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2022년 영업손실 1조727억원 △2023년 영업손실 5809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영업손실이 1조14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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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3사 최근 실적이 부진하면서 이를 돌파하기 위해 ESS 등 신규사업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뉴스투데이]

 

국내 배터리 주요 기업의 실적 개선이 주춤한 가운데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뉴스투데이>에 “전기차 1위 기업이자 배터리 생산까지 책임지는 미국 업체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에 총 9.4GWh 규모 ESS용 배터리 공급을 수주해 사업 영토를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정훈 연구원은 "테슬라가 수주한 금액은 3조원 수준"이라며 "이에 따라 테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래스롭(Lathrop) 공장에서 연산 40GWh 규모 공장을 만들어 ESS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국내 기업은 이와 비견될 만한 ESS용 배터리 생산역량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캐즘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주요 기업이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만 매몰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전기차 배터리 사업외에 ESS용 배터리 사업에도 포트폴리오 비중을 늘리면 어려운 전기차 업황에서도 성장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 시장은 올해 35GWh(기가와트시)에서 2035년 618GWh까지 17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배터리 시장 규모는 400억달러(약 53조4000억원)에서 800억달러(약106조8000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ESS 시장 규모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과 비교하면 아직 크지 않은 편"이라며 "그러나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여 ESS 시장 규모도 오랜 기간에 걸쳐 성장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배터리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ESS용 배터리 시장 공략에 보다 속도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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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 조감도 [사진=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ESS사업 추진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ESS 사업을 추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대규모 ESS용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규모 수주 활동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미국 애리조나주(州) 퀸 크릭(Queen Creek)에서 배터리 신(新)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이날 착공식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총 7조2000억원을 투자해 17GWh 규모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 건설과 36GWh 규모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모두 건설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밝혔다. 공장 준공 시기는 2026년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미국 내 현지 생산을 통해 물류, 관세 비용 절감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 요구에 즉각적인 현장 지원과 관리 서비스 진행 등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라며 “이를 토대로 앞으로 미국 현지 고객사들과 전략적 파트너십도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이 진행 중인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월 1조4000억원 규모의 ESS 배터리 사업을 수주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과 4.8GWh 공급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오는 2026년 10월까지 이어지는 이번 사업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다른 지역에서 가동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ESS용 배터리 공장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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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코엑스에서 공개된 LG에너지솔루션 'LFP ESS' 모형 [사진=남지완 기자]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현재 충분한 생산역량을 갖춘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로 ESS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향후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 완공 후 LFP 배터리를 활용해 ESS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CM배터리와 LFP배터리를 같은 크기로 만들면 NCM배터리 가격이 더 비싸고 에너지밀도 역시 더 높은 점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크기가 제한돼 있는 전기차를 제작할 때 NCM 배터리를 선호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넓은 공터에 배치돼 공간적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ESS를 제작할 때는 LFP 배터리가 대부분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분기 총 매출액이 6조1620억원이며 이 가운데 6.6%인 4110억원이 ESS용 배터리 공급을 통한 매출로 나타났다.

 

이는 전기차용 배터리 매출 4조620억원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주 공장 건설을 시작으로 ESS 관련 실적을 늘려나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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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지난 6월 유럽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ESS 신규 브랜드 SBB 1.5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삼성SDI]

 

■ 삼성SDI, 업그레이드된 ESS 제품으로 북미 진출 가속화

 

삼성SDI가 지난달 초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NextEra Energy)와 1조원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삼성SDI는 관련 계약이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 계약과 관련해 삼성SDI는 여러 프로젝트로 계약을 나눠 진행할 예정”이라며 “계약금액 및 공급 규모는 오는 10월 말까지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차례 해프닝이 발생했지만 삼성SDI의 ESS 기술력에 많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삼성SDI는 2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ESS 사업 분야에서 미국 등 북미 고객사 신규 수주를 확보해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삼성SDI는 ESS 기술 초격차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삼성SDI는 지난 6월 초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 참가해 한층 강화된 ESS 제품 'SBB(삼성 배터리 박스) 1.5'를 처음 공개했다.

 

SBB 1.5는 내부 공간 효율화를 통해 더 많은 양의 배터리를 컨테이너 내에 실어 총 5.26MWh 용량을 갖췄다. 특히 컨테이너 당 에너지밀도가 기존 제품과 비교해 약 37% 향상됐다. 

 

이와 함께 이 제품은 4개 컨테이너를 서로 맞닿게 설치해 ESS를 공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안전성 측면도 한층 강화했다. 

 

열 전파 차단 효과를 갖춰 기존 ESS에 적용한 직분사시스템은 EDI(모듈내장형 직분사) 기술로 대체됐다. 이를 통해 삼성SDI는 화재 예방 및 확산 방지 기능을 대폭 강화할 수 있다. 

 

EDI 기술은 SBB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관련 셀을 포함하는 전체 모듈 단에 소화약제가 뿌려져 화재 확산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또한 삼성SDI는 2026년부터 LFP 배터리를 활용해 ESS 제품을 제조하고 이를 활용해 ESS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삼성SDI는 현재 NCA배터리로 ESS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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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코엑스에서 공개된 SK온 'LFP ESS' 모형 [사진=남지완 기자]

 

■ SK온, 안전한 ESS에 초점…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통한 ESS 시너지 기대 커

 

이에 질세라 SK온 역시 ESS 기술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온은  올해 3월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 참가해 LFP 배터리를 활용한 ESS 기술과 하이니켈 배터리를 활용한 ESS 제품 등 첨단 기술을 뽐냈다.

 

이를 통해 SK온은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이지만 기술력에서는 뒤쳐지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SK온은 ESS 안전 역량에 초점을 맞춰 관련 기술 개발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 눈길을 사로잡은 제품이 5MWh 규모 LFP ESS다.

 

SK온 관계자는 “SK온 LFP ESS 제품에는 국내 처음으로 북미 ESS 화재안전 인증을 받은 열 확산(Thermal Propagation)방지 솔루션이 채택됐다”며 “이에 더해 배터리 셀 간 온도차를 최소화하고 충·방전 효율을 높인 수냉(Liquid Cooling) 방식 ESS 화재 안전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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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니켈 배터리 개념도 [사진=LG에너지솔루션]

 

하이니켈 양극재를 활용한 ESS 제품도 선보였다.

 

하이니켈 양극재는 코발트 비중을 낮추고 양극재 함량을 80% 이상 끌어올린 제품이다. 니켈, 코발트, 망간을 8:1:1로 섞어 제작한 양극재를 배터리로 사용하면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배터리 성능이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 성능이 향상된다는 것은 화재 위험 또한 올라간다는 얘기다.  

 

SK온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전이 차단’ 기술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배터리 셀 사이에 열 차단 벽을 설치하는 형태로 ESS를 만들면 보다 안전한 ESS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처럼 첨단 기술 역량을 갖춘 가운데 SK온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안건이 8월 말 진행됐다.

 

이번 합병으로 SK온의 ESS 사업은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SK온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SK E&S는 이미 SK이노베이션 울산CLX(복합공장)에 ESS를 구축한 경험이 있어 SK온의 ESS 시장 공략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SK E&S는 지난 2021년 미국 에너지 기업 '레브 리뉴어블스(Rev Renewables)'에 4억달러(약 5300억원)를 투자해 미국에서 ESS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ESS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2026년 IPO(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는 SK온이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과 함께 ESS 영역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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