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해외여행 특화카드' 열풍 이어갈 주자 없어…상품 개발 '골머리'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카드업계가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여행 특화 상품경쟁을 지속 중인 가운데 상품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새로운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해외여행 특화카드 시장은 신한카드와 하나카드, 현대카드의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해외 체크카드 점유율에서는 하나카드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나카드의 1~7월 해외 체크카드 사용액(개인)은 1조4055억원으로 49.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어 △신한 7881억원(28.0%) △우리 3434억원(12.2%) △KB국민 2646억원(9.4%) △현대 86억원(0.3%) △롯데 64억원(0.22%) △삼성 29억원(0.1%) 순으로 나타났다.
하나카드는 2022년 7월 출시된 해외여행 특화상품 '트래블로그'의 인기에 힘입어 체크카드 해외결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2023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19개월 연속으로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트래블로그는 외화 환전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며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무료환전 서비스 통화를 58종까지 확대해 전 세계 어디서나 트래블로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카드 역시 올해 2월 무료 환전 혜택을 제공하는 '쏠트레블 체크카드'를 출시하며 추격에 나섰다. KB국민카드는 '트래블러스 체크카드', 우리카드는 '위비트래블' 체크카드를 내놓으며 경쟁에 가세했다.
체크카드 시장에서 지주계 카드사가 강점을 보이는 이유는 환전 서비스에 있다. 은행을 통한 무료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며 해외여행을 떠나는 고객 수요를 충족한 것이다.
다만 신용카드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같은 기간 해외 신용카드 사용액(개인) 규모는 현대카드가 1조8929억원(24.2%)으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이어 △삼성 1조3903억원(17.8%) △신한 1조3355억원(17.1%) △KB국민 1조2735억원(16.3%) △하나 6899억원(8.8%) △롯데 6040억원(7.7%) △우리 5873억원(7,5%) 순으로 집계됐다.
환전 수수료 혜택을 제공하기 어려운 기업계 카드사는 해외여행 특화 프리미엄 신용카드를 무기로 해외결제 점유율을 확대하고 나섰다. 체크카드 이용금액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인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는 신용카드 이용금액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카드사들은 해외여행 특화 카드에 일상 혜택을 추가하며 해외이용 점유율을 통한 국내이용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국내 교통‧온라인 쇼핑‧카페‧편의점‧영화관 등 일상 영역에서 할인 또는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해 해외여행 시에만 사용하는 카드가 아닌 일상에서도 주로 사용하는 카드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해외여행 특화카드의 혜택이 대동소이해지고 있다"면서 "국내 이용 시에도 받을 수 있는 혜택을 확대하고 해외여행 특화카드의 점유율을 통해 국내 결제시장 점유율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특화카드의 혜택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해외여행 특화카드의 열기를 이어갈 상품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외여행 열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해외여행 특화카드에만 주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모든 카드사들이 해외여행 특화카드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를 이어갈 상품이 없는 상황"이라며 "혜택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상품별 차별성이 희석되면 결국 현재 상황을 이어가는 것 외에 다른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낮은 상황에서 본업인 신용판매를 통한 수익제고를 기대하기 어려워 상품 개발에 여력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상반기 카드사 실적을 보면 수수료 수익이 확대되기는 했지만, 이는 물가 상승의 영향"이라며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휴처를 찾고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수수료를 통한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신상품을 개발할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카드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의 수익성을 책임지는 상품은 카드론"이라며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카드론 차주들이 은행 대출로 갈아탈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 확대를 위한 상품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