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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취임 100일' 성적표 들여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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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8.28 05:00 ㅣ 수정 : 2024.08.28 05:00

전영현 부회장, 삼성전자 반도체 해결사로 등장한 지 100일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10조 기록...7분기만에 10조원대 진입
전 부회장 "DS 부문 절박한 과제 떠안아...근원적 경쟁력 회복 시급" 강조
HBM 중심 메모리 신제품 개발·2·3나노 파운드리 공정 수율 개선에 주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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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 [사진 = 뉴스투데이 편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밑바닥을 찍고 올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실적 회복은 물론 반도체 업계 핵심 먹거리로 등장한 HBM(고(高)대역폭메모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5월 이례적인 카드를 꺼냈다. 

 

삼성전자는 연간 인사를 그동안 연말에 단행했다. 그러나 올해는 예외였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5월 21일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부문장(부회장) 자리에 당시 전영현(64·사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임명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분위기를 쇄신하고 반도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전영현 부회장이 이달 28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전 부회장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긍정적이다. 

 

그는 올해 2분기까지 조직·분위기 쇄신과 업무 효율화 등 반도체 경쟁력 회복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하반기 이후다. 전 부회장이 하반기에 HBM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에서 얼마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가 숙제로 남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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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024년 2분기 사업부문별 맻물 및 영업이익 [자료 = 삼성전자]

 

지난 5월 21일 DS부문장에 공식 임명된 전 부회장의 첫 성적표는 2분기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 10조4000억원대를 기록해 7분기 만에 10조원대에 진입했다.  특히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61.75%가 DS 부문에서 이뤄졌다.

 

DS부문 실적은 매출 28조5600억원과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이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237%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93.8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삼성전자가 2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거두면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경쟁력을 다시 회복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전 부회장은 사내게시판을 통해 “지금 DS 부문은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했다”며 “2분기 실적이 개선된 것은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전 부회장은 새 반도체 조직 문화(C.O.R.E)를 조성해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문제 해결·조직간 시너지를 위해 소통하고(Communicate), 직급·직책과 무관한 치열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며(Openly Discuss)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Reveal)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철저하게 실행(Execute)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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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이미 2분기 절반이 흐른 시점에 삼성전자에 합류한 전 부회장은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플랜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데 방점을 둔 행보를 보였다. 

 

그가 공들인 작업은 '부서의 선택과 집중'이다. 전 부회장은 주력 사업에는 힘을 주고 성과를 내지 못한 부서는 해체하는 조직개편을 단계적으로 단행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HBM 개발팀’이 정식 출범했다. 이를 통해 태스크포스(TF) 방식으로 흩어져있던 HBM 전문 인력을 메모리사업부로 모았다. 이는 HBM4(6세대) D램 성능과 수율(완성품 가운데 합격품 비율) 향상을 위한 취지로 알려졌다.

 

또한 공정 설비 개발을 담당하는 CTO(최고기술책임자) 산하 설비기술연구소는 반도체 공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연구소로 통합했다.

 

그는 또 반도체 패키징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문장 직속이었던 AVP(첨단패키징)개발팀을 해체하고 관련 인력을 TSP(전통적 반도체 패키징)총괄로 흡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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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이에 따라 앞으로 3·4분기가 그가 삼성전자로 복귀한 후 치르는 사실상 첫 리더십 시험대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 엔지니어 출신인 점을 고려해 반도체 기술력을 개선해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우선 HBM 중심의 메모리 신제품 개발이다.

 

현재 HBM 최대 수요처인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차세대 ‘루빈 R100’ AI(인공지능) GPU(그래픽처리장치)에 6세대 HBM ‘HBM4’ 탑재를 계획 중이다.

 

2026년에 출시할 루빈에는 HBM4를 8개, 2027년 출시할 루빈 울트라에는 HBM4 12개가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2025년 하반기에 HBM4 출하를 목표로 제품을 개발 중이다.

 

그런데 HBM 분야에서 세계 1위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에 신제품 출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BM4 공급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시장 지위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새롭게 개편한 조직을 통해 HBM4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3나노(nm) 파운드리 공정 수율 개선도 중요한 목표다. 

 

파운드리 시장 1위는 대만 반도체 업체 ‘TSMC’다.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매출액 기준으로 TSMC가 62%로 1위, 삼성전자가 13%로 2위다. 최근 1년간 양사 점유율 격차는 큰 변화가 없다. 

 

특히 최근 주목하는 시장은 3나노 이하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부터 4년간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연평균 12.9%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독자 공정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활용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최첨단 3나노 1세대 공정 수율은 60% 내외로 알려졌다. 불량품을 축소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적정 수율이 70%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표준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첨단 공정 핵심 기술 ‘핀펫(FinFET)’을 유지하고 있는 TSMC는 60~70% 수준 수율을 확보해 애플과 인텔, 구글 등으로부터 선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핀펫 공정은 기존 평면(2D) 구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3차원(D) 구조의 공정 기술이다. 

 

GAA는 기존 핀펫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이 우수하다. 그러나 GAA는 기술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그동안 수율에서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양산 3년 차에 접어든 3나노 1세대 GAA 공정은 수율과 성능이 성숙 단계에 도달해 안정적으로 양산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하반기 3나노 2세대 GAA 공정은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을 시작으로 모바일 제품을 본격 양산할 예정이다. 그리고 3나노 GAA 공정 양산 경험을 토대로 2025년 첫번째 2나노 공정 양산을 계획 중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HBM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SK하이닉스가 선점해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며 "엔지니어 출신인 전 부회장을 DS부분장에 발탁한 배경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부회장이 그동안 조직 쇄신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변화된 조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며 "다만 단기간에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당분간은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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