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하반기 실적 무난…신사업보다 기존 부문 강화 전략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2분기 실적이 마무리된 가운데 남은 하반기 수익 개선을 둘러싸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상반기와 비슷하게 증권사들이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되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투자은행(IB)·자산관리(WM) 부문의 경쟁이 치열해서다.
증권사들의 상반기는 예상외로 실적이 양호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으로 변동성이 심화한 주식시장에서 브로커리지 부문 수익이 실적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브로커리지 수익에만 기댈 수 없다고 판단한 증권사들은 기업공개(IPO)·M&A(인수‧합병) 등 다양한 IB 부문 수익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새 먹거리 삼으려던 토큰증권발행(STO) 사업 진도가 나가지 않은 데다 '탄소배출권' 사업마저 시장 성장이 더뎌 성과를 내기까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수익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 증권사 하반기, 신사업보다 기존 부문 강화 나설 것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KB증권 등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모두 3조377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조4345억원) 대비 38.7%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4분기 다수 증권사의 실적이 우울했으나 올 들어 큰 폭 반등에 성공해 이들 10곳 중 8곳의 실적이 좋아졌다.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글로벌 투자 관심이 커지면서 매매수수료 등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하반기에도 실적 반등이 예상되면서 연간 '영업이익 1조' 증권사가 재등장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현재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64.9% 증가한 7109억원으로 업계 실적 선두다. 영업이익(7752억원)이 늘면서 순이익도 증가했다. 뒤이어 삼성증권이 5110억원으로 26.4% 늘며 2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키움증권 4770억원(12.0%) △NH투자증권이 4227억원(15.0%) △KB증권이 3761억원(50.7%) △하나증권 1312억원(339.0%) 등이 순이익을 냈다.
특히 하나증권은 눈에 띄는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하나증권은 2024년 2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다.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52%와 279%씩 껑충 뛰었다. 메리츠증권(3918억원)은 전 사업 부문의 고른 성과에 힘입어 26개 분기 연속 10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들 증권사가 잘한 부분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브로커리지와 IB, WM 부문 외에도 IPO, 주식자본시장(ECM), 채권자본시장(DCM) 등 전 부문에서 성과를 낸 것으로 나왔다. 대형사를 중심으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M&A 관련 수익, 기업공개(IPO) 등의 IB 관련 수수료 성적이 양호하게 나타났다.
채권 평가 손익에서도 개선세를 보였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실적에서 증권사들의 트레이딩 및 상품손익이 양호했다"며 “시장금리는 기준금리에 선행해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증권사는 금리 인하 전부터 채권평가손익 개선 효과를 향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하반기도 증시 호조와 금리 인하 기대감 등에 현재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중소형사들과의 양극화 추세는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크면서 브로커리지 비중이 작아 증시 수혜를 얻기 힘든 중소형사의 전망은 아직 불투명해서다. 하반기도 중소형사를 둘러싼 PF 충당금 등 악재가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향후 기준금리가 인하를 거듭한다면 시장금리는 더욱 크게 하락할 것이기에 증권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증시가 급락 후 반등하고 있고 증시 변동성 확대로 거래대금도 증가했기에 3분기 순이익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상반기 성과를 낸 부분들은 더욱 강화하면서 그렇지 않은 부문에도 더욱 힘줄 전망이다. 즉 고액자산가 대상의 WM 부문이나 차츰 회복세를 보이는 차액결제거래(CFD), 퇴직연금 등을 강화한 돌파구를 삼겠다는 전략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남은 기간 증권사들은 새로운 수익원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존 부문을 더욱 강화해 실적을 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밸류업 추진에 주식거래 수수료는 늘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만 치중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