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8.27 08:23 ㅣ 수정 : 2024.08.27 08:23
4대 금융 3분기 순이익 전망치 상향 조정 가계대출 폭증 대응 은행 금리 인상 반영 비은행 자회사 실적 회복 흐름 고려해도 이자 중심 실적 증대에 비판 목소리 커져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4대 금융그룹이 올 3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대출금리 인상 움직임에 핵심 자회사인 은행 이익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비(非)은행 계열사 실적 회복도 힘을 더할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계속 가중되고 있는 만큼 금융그룹·은행의 ‘표정 관리’는 지속될 전망이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전년동기(4조4222억원) 대비 7.8% 증가한 4조77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예상대로라면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9조3526억원)을 더한 누적 순이익은 14조1261억원을 기록하게 된다. 이는 지난해 1~3분기(13조6049억원)보다 빠른 순이익 성장 속도다.
증권가에서는 금융그룹의 실적 눈높이를 올려 잡고 있다. 4대 금융그룹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지난 6월 말 4조7223억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이보다 1%가량 상향됐다. 시장에선 이 같은 조정 이유에 대해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 행렬을 반영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실제 이들 금융그룹에 소속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주로 대출금리 구성 요소 중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잔액이 폭증하자 금리 인상으로 대출 문턱을 높여 수요 조절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결과적으로 대출 잔액 증가에 금리 수준까지 높아지면서 은행의 이익 규모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그룹별로 차이는 있지만, 벌어들이는 순이익에서 은행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는 50%대, 많게는 90%대다. 규모가 가장 큰 은행 자회사 이익 수준에 따라 금융그룹 전체의 실적이 요동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대출금리 상승에 기인한 은행 이익 성장과 함께 주요 비은행 자회사의 실적 회복 흐름도 금융그룹 호실적 전망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일례로 KB금융의 경우 올 상반기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배상금 여파로 전년동기 대비 19% 감소했지만, 증권·보험·카드·캐피탈 등의 비은행 자회사 순이익은 같은 기간 19% 성장했다.
다만 4대 금융그룹과 은행들은 올 3분기 호실적을 거두더라도 표정 관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금리 인상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차주들의 상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의 영업이익 지표 중 이자 부문이 크게 성장한 게 확인되면 이자 장사 비판도 재현될 전망이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시작으로 주요국 중앙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논란의 배경 중 하나다. 은행들이 고객에 지급하는 이자와 직결된 예·적금 금리는 시장금리 하락분을 대부분 반영하며 즉각 인하하는 와중에 대출금리만 연이어 높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경우 은행 이익 기반인 예대금리차(예대마진)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일부 은행들은 연초 설정한 가계대출 관리 일정에서 (증가폭이) 크게 벗어나자 금리 인상 등 손 쉬운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를 올리면 돈을 많이 벌수 있을 뿐더러 수요도 누르는 측면이 있다. 저희(금융당국)가 바란 건 (손 쉬운 금리 인상이 아닌) 미리미리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은행권은 실적 발표 전후로 이자 장사와 관련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최근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익 지표가 폭발적으로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금리도 높이면 분명 은행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게 맞지만, 지금은 오히려 대출을 줄여 나가려고 노력하는 상황”이라며 “요즘 신규 취급분에 적용하는 대출금리가 올라가긴 했어도 재무적 효과는 제한적으로 본다. 오히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순이자마진(NIM)이나 예대금리차는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