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지유 기자] 올해 상반기 증권업계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실적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대형 증권사들은 성적표가 좋았던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를 중심으로 기업금융(IB) 부문에서 큰 타격을 입으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올 하반기에도 PF 정상화 과정 등 부동산 시장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소형 증권사 실적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소형사 중 포트폴리오가 부동산 PF에 치중된 곳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올 2분기 부동산 PF 사업장 구조조정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중·소형 증권사와 대형사 간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기존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를 다시 진행하면서 부실 자산을 골라낸 결과에 따라 상반기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서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들은 안정적인 자산관리(WM)와 기업금융(IB) 부문의 호조에 힘입어 대부분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 등 국내 상위 5개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3조322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9%가량 불어났다.
업체별로 보면 한국투자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73.5% 증가한 775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상반기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올해 한국투자증권의 1조 클럽 달성은 무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김성환 대표의 IB 역량이 주효했다고 봤다. 실적 호조 관련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변화하는 시장 정세에 맞춰 경쟁 우위를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한 670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NH투자증권은 같은 기간에 16% 증가한 5457억원을 거뒀다. 미래에셋증권도 24% 늘어난 5438억원을, KB증권은 8%가량 증가한 4967억원을 달성했다.
이들 증권사들은 모두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을 낸 것이다. 대형 증권사의 호실적은 국내외 증시 거래대금 증가로 위탁매매(브로커리지)와 WM 부문의 수수료수익이 커지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조아혜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형사는 부동산 PF의 충당금 부담이 완화하는 가운데 IB 부문의 사업이 재개됨에 따라 실적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자기자본 4조원 이하 규모의 증권사들은 대부분 실적이 악화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 다올투자증권, 대신증권, 부국증권, 신영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한양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BNK투자증권, DB금융투자, iM증권, SK증권 등 자본 4조원 이하 중견, 중소형 증권사 15곳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 총합은 전년 동기 대비 53.62% 감소했다.
이러한 중소형사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 신영증권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5% 증가한 242억원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였다. 당기순이익 역시 176억원으로 26.2% 증가해, 업계 평균을 훨씬 웃도는 실적을 냈다.
신영증권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얻은 성과라는 입장이다. 해당 기업은 전통적으로 고위험 자산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당사는 리스크 관리에 있어서 매우 보수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며 “부동산 PF와 같은 고위험 자산에 대한 비중을 제한하고, 국공채와 우량 회사채 중심의 안전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부동산 PF가 중소형 증권사들에 커다란 리스크로 작용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관련 손실은 상반기 총 1200억원에 이르렀고, 이는 실적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비해 신영증권은 부동산 PF 관련 자산 규모를 전체 포트폴리오의 5% 이하로 유지하면서도 손실을 최소화했다. 이는 리스크 관리의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영증권의 자산 건전성은 나이스신용평가에서도 높게 평가받고 있으며, 부동산 PF와 관련된 손실은 상반기에 50억원 미만으로 제한됐다.
주요 수익원은 채권과 자산관리 부문에서 나왔다. 올해 상반기 회사의 채권 운용 수익은 1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으며, 자산관리 부문에서도 수탁고가 5% 증가한 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해당 기업의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신영증권은 채권 운용 전략 부문에서 시장 변동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국공채와 우량 회사채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신영증권 측은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조정하며 위험을 최소화했다”며 “하반기에도 이러한 전략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신영증권은 업계 평균 대비 위험 투자 규모가 작아 우수한 자산건전성 및 자본 적정성을 유지 중”이라며 “회사는 보수적인 리스크관리 정책을 바탕으로 양호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업계는 하반기에도 실적 양극화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대형 증권사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자산시장 호조와 증시 거래 대금 증가로 추가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여전히 부동산 PF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으니 '리스크 관리' 전략은 하반기에도 유효할 것이라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에 성공한 회사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