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를 둘러싼 카드업계의 부담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사고는 티메프가 치고 수습은 카드사가 하는 꼴이다. 여기에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까지 논의되면서 카드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티메프가 입접 판매자들에게 판매대금을 정산하지 못하면서 불거진 티메프 사태에 결제대행업체(PG사)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다. 여기에 카드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PG사와 카드사 모두 미정산 사태에 따른 고객 환불을 진행하게 되면서다.
이달 1일 기준 카드사에 접수된 티메프 환불민원 규모는 약 5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금융감독원은 카드업계에 티메프 소비자들이 결제 후 물품을 받지 못한 결제건에 대해 환불을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환불 절차는 카드사가 우선 환불한 뒤 PG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PG사가 티메프로부터 정산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카드사도 PG사로부터 환불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티메프사 친 사고를 카드사가 손실을 보며 수습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카드업계는 티메프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하는 법적 이유가 없다. 또 카드사의 행위로 발생한 사태도 아니다. 그럼에도 손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 카드업계에서는 사고는 티메프가 치고 수습은 카드사가 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또다시 인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카드사에 더욱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에 따라 3년마다 이뤄진다. 제도 도입 이후 금융당국은 ‘소상공인 부담 경감’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해 왔다. 거듭된 인하에 연매출 3~30억원 규모 소상공인의 카드결제 수수료율은 2012년 약 3.6% 수준에서 현재 1.1~1.5%까지 낮아졌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낮아져 본업인 신용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카드업계는 지속적으로 인하돼 온 가맹점 수수료율로 인해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카드사들은 신용판매 외에 카드론 등 대출상품을 확대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축소해 비용을 줄여가며 수익을 내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국과 정치권에서는 카드사가 이익을 내고 있다며 수수료율을 더욱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당국이 정한 수수료율 기준에 맞춰 어떻게든 수익을 내기 위해 비용을 줄이며 애쓰고 있다”면서 “당국에서는 수익이 나니 인하 여력이 있다고 판단해 인하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 결국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카드사가 수익을 바탕으로 제공하는 혜택은 고객의 소비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조달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카드사의 수익성이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카드사의 수익이 감소하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혜택도 감소한다.
더욱이 티메프 사태로 부담이 증가한 상황에서 낮은 수수료율로 인해 수익이 줄면 축소된 혜택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소비자가 지속적인 혜택을 제공받고 소비에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적격비용 재산정이 빠르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