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NH투자증권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약화됐고 금융시장 지표도 안정적으로 흘러가는 데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재개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2일 보고서에서 “8월 중 ‘R(경기침체)의 공포’가 높아지면서 연준의 긴급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 당시 금융시장은 9월 빅컷과 더불어 연간 기준금리 100bp(1bp=0.01%포인트) 인하를 반영하기도 했다”며 이 같이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연준이 빅컷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의 첫 번째 근거로 경기 침체 발생 가능성이 낮아진 점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는 기준선을 상회하며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미국의 소비 및 생산 등 주요 실물지표는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있다”며 “또한 미국 경기는 투자 중심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 지출 확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비주거용 민간투자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올해와 내년 각각 2.3%, 1.7% 수준의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만약 연준이 빅컷을 단행한다면 오히려 금융시장의 경기 침체 발생 우려를 높일 수 있다.이 경우 연준의 경기 부양 의지와는 달리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미국 금융시장 내 유동성 환경이 양호하며 신용 경색 발생 가능성이 낮아는 점도 연준의 빅컷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됐다.
김 연구원은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금융스트레스지수(FSI)는 기준선(0p)을 하회하고 있다”며 “이는 연준이 여전히 고금리 국면을 유지하고 있지만 금융시장 내 참가자들이 체감하는 유동성 환경은 여전히 안정적이라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거 연준이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당시에는 FSI 또는 TED 스프레드 등 주요 리스크 관련 지표가 급등했었다. 시장 내 유동성 경색이 나타나고 신용 위험이 높아지자 연준이 빠르게 유동성을 공급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현재 미국 주식 시장의 유동성 경색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김 연구원은 일본에서 자금을 차입해 고금리 통화국으로 재투자하는 앤캐리 트레이트 청산 재개 가능성이 연준의 빅컷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연준이 빅컷을 단행한다면 양국(미국-일본) 간 금리차는 이전 기대 수준보다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며 “이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재개될 수 있다. 이에 연준은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 기준금리는 5.5%로 명목 성장률(5.2%)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는 충분히 기대 가능하다”면서 “다만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의 빅컷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은데 연준은 완만한 금리 인하 사이클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