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8.16 05:00 ㅣ 수정 : 2024.08.16 07:01
기아 기술력 집약된 'KLTV', 글로벌 방산 시장서 꾸준한 인기 전망 천궁II 연이은 수출에 힘입어 'K917 트럭' 해외 진출 기대감도 커져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업 등이 지난 수십 년 간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최근 방위산업이 새로운 '효자'로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K-방산'으로 불리는 이들 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수주 성과가 두드러져 이제 한국경제 성장을 지탱하는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정세도 방위산업 성장에 호재로 작용한다. 3년째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규모 방산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탁월한 방산제품 양산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한국 기업은 재래식 무기부터 첨단무기까지 우수한 무기체계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현대로템의 'K2 전차'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LIG넥스원 미사일체계 기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전투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뉴스투데이>는 'K-방산' 대표기업의 제품 수출 성과를 비롯해 기업 가치 상승, 첨단 기술력 등을 집중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군용 차량 전문기업 ‘기아’가 국내를 뛰어넘어 해외 군용 차량 시장에서도 몸집을 키우며 글로벌 ‘톱메이커(Top-Maker)’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기아는 1973년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이래 한국군 표준차량을 생산하며 수십년간 군용 차량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국내에 하나뿐인 군용차량 개발 전문 연구소와 전용 생산설비 및 체계를 기반으로 군의 니즈(Needs)에 부합하는 다양한 차종 개발과 전력화 경험, 종합군수지원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군에서 군용 차량의 성능과 품질을 인정받아 온 기아는 이를 발판 삼아 연평균 2개국의 문을 두드리며 사업 무대를 글로벌로 확장하고 있다.
■ 성능·가격 모두 잡은 소형전술차량 'KLTV'…"美 험비 능가한다" 평가도
기아의 주력 제품은 △소형전술차량 ‘KLTV’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와 결합돼 활용될 수 있는 ‘K917 카고 트럭’ 등이다. 이들은 무기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군 지휘·정찰·배치 등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KLTV’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다.
업계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부터 KLTV에 대한 선행 연구를 시작한 기아는 이후 방위사업청 주관으로 관련 체계 개발을 시작해 2015년 완료했다. 2016년 KLTV는 한국 육군에 공식 배치된 이후 칠레, 필리핀, 나이지리아 등에 수출됐다.
KLTV의 강점은 소형전술차량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기동성 및 견고한 안전성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기갑부대가 운용하는 전술차량 ‘험비(Humvee)’와 어깨를 견줄만하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스펙을 비교해 보면 험비는 전장 4.57m·전폭 2.16m·전고 1.8m 크기로, 탑승 가능 인원은 2~4명이다. 150마력 엔진이 탑재됐으며, 최고 속도는 106km/h다. 항속거리(연료를 가득 채웠을 경우 최대 이동거리)는 563.15km다.
KLTV는 전장 4.9m·전폭 2.195m·전고 1.98~2.32m 크기로, 최대 8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225마력 엔진이 탑재됐으며, 최고 속도는 130km/h다. 항속거리는 640km에 이른다.
특히 KLTV는 안정성에서 험비를 크게 앞선다.
기아는 KLTV에 화기, 포탄 및 지뢰 등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해 방호 킷트를 적용했다. 탈부착 방식의 방호 킷트는 전술 운용성을 향상시키고,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방호레벨를 조절할 수 있다.
KLTV는 경제성도 우수하다. 업계에 따르면 KLTV의 경우 비방탄 모델은 7000만원, 방탄 모델은 1억4000만원인 반면 미군의 험비는 비방탄 모델 8000만원, 방탄모델 2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기아는 SUV 모하비에 사용됐던 기술이 KLTV에 대거 적용한 덕분에 원가가 낮아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해 8월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PGZ와 KLTV 400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규모는 총 2억7000만유로(한화 약 4000억원)로 알려졌다.
PGZ는 해당 제품을 올해 중순부터 공급받고 현지 방산업체 로소막(Rosomak)과 현지화를 위한 차량 개조를 진행한 후, 폴란드 군에 납품하는 형태로 추가 사업을 이행한다.
기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회사는 상용 및 군수차량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변화된 전장환경과 효율적인 전력운영에 적합한 소형전술차량 KLTV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형전술차량은 실용성을 반영한 강인한 디자인, 군수차량의 특성인 기동성과 생존성을 기본으로 단축/장축, 무기탑재 등 다양한 차종 전개가 가능하도록 기본 샤시를 모듈화했다”고 말했다.
■ 연이은 천궁 수출 소식…K917 해외 진출 기대감 '모락모락'
최근 LIG넥스원의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 천궁II 수주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자 기아의 ‘K917 카고 트럭’의 해외 진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지난 2022년 상반기 아랍에미리트(UAE), 올해 상반기 사우디아라비아와 각각 2조6000억원, 4조3000억원 규모의 천궁II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고기동성과 정밀유도타격 능력을 갖춘 무기체계인 천궁II는 유도무기와 트럭이 결합된 형태다. 국내 보급 제품에는 트럭 기아의 K917 카고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까지 해외 수출 제품에 탑재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K917 카고가 지형·기후 특성이 다양한 국내 여건을 반영해 설계·제작됐기 때문에 기온이 높은 ‘중동’, 기온이 낮은 ‘북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서 충분히 운용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기아 관계자는 “전자기파 및 저온 환경에서도 작전 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며 “고(高)마력 엔진 및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신속한 전투 대응 능력을 갖췄고 한 번의 주유로 한반도 전 지역에서 작전 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군용 차량은 국제적 긴장 고조, 저강도 국경 간 충돌, 군대의 다양한 지리적 배치 등을 이유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견됐다.
글로벌 시장분석업체 비즈니스리서치(Business Rea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군용 차량 시장 규모는 2022년 4억7680만달러(한화 약 6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매년 4.4% 성장해 2031년 7억2535만달러(한화 약 1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국내에서 이미 유일한 군용 차량 제작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방산 사업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 관계자는 “군 요구성능을 만족하는 다양한 차종 개발과 전력화 경험 및 완벽한 종합군수지원을 통해 군 전투력 지속 보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군용차량의 선진화 및 군 기동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전술 임무 수행을 위한 고기동성, 고성능을 보유한 혁신적 신상품 개발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