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재단 사유화 이유로 사퇴 압박 커져

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8.05 11:27 ㅣ 수정 : 2024.08.05 17:36

조 이사장, 주변 인물·지인으로 재단 이사진 꾸렸다는 논란 거세
40년 회사 키운 부친·동생덕에 수천억 재산 확보
회사 경영 기여 없으면서 '사리사욕 몰두' 비난도
재단명 소송 직전 명분 없자 '조부까지 끌어들여 확전'
재계 관계자 “잠시 운영 맡은 재단 이사장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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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3월 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빈소를 조문하면서 건강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대법원이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기각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을 상대로 3차례 이뤄진 청구가 모두 기각당한 조희경 나눔재단 이사장은 사법부 결정에 불복하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조희경 이사장은 새로 출원한 재단명에 뜬금없이 할아버지 '만우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자'를 끌어들이며 스스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

 

■ 소송 연전연패 조희경 이사장 '부친 건강 볼모'..."어린 아이처럼 생떼” 비판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1부는 지난달 30일 조 이사장이 아버지 조 명예회장에 대해 청구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재항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심리불속행은 상고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다.

 

1심은 지난 2022년 4월 조 이사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조 이사장 측은 불복했지만 2심도 결과는 같았다. 대법원 최종 판단 역시 “조 명예회장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법조계에서 세 차례, 심지어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결정은 이 청구가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해 조 이사장은 "아버지가 치료를 잘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다소 엉뚱한 입장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재계 관계자는 “조 이사장은 아버지를 상대로 도리에 맞지 않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연전연패 중"이라며 "마치 부친 건강을 볼모로 생떼 부리는 아이 같은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조 이사장이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길 바란다"며 "더이상 언급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조 명예회장 강한 의지로 설립...조 이사장의 '패륜 행보' 비난 

 

이와는 별도로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 사회복지재단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이사장 조희경)을 상대로 '한국타이어 명칭 사용금지 등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업계는 △조희경 이사장의 재단 사익(私益)화 △사회복지재단 기능 상실 △조 이사장의 패륜적 소송 반복 등을 소송 제기 이유로 꼽는다.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은 1990년 조양래 명예회장의 사회공헌 의지에 따라 설립됐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기반금 30억원을 포함 총 430여억을 출연했다. 나눔재단은 이 출연금 등을 활용해 차랑·타이어 나눔사업으로 160여억원을 환원했다.

 

사회복지기금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한 분"이라며 "현재 나눔재단 순자산 270억원도 조 명예회장의 전폭적 지원으로 만들어진 기금"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조 이사장의 기부 내역도 문제로 꼽는다. 조 이사장은 나눔재단뿐 아니라 함께걷는아이들 재단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5일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 서류 등에 따르면 부친 조 명예회장은 함께걷는아이들 재단에 140억원이 넘는 사재를 출연했다. 이 기간 조 이사장은 2017년 딱 1회, 4000만원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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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타이어나눔재단 홈페이지 캡처

 

■ 조 이사장, 주변 인물로 재단 이사진 조직... '사익만 추구하는 모습' 잇따라

 

나눔재단은 2018년 조희경 이사장 취임 이후 조 명예회장 설립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조 이사장은 취임 직후 나눔재단 이사진을 최측근과 관계자들로 모두 교체했다. 

 

논란이 일자 조 명예회장은 조 이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청했다. 저소득층,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지원 규모가 줄어들어 재단 설립 취지를 다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조 이사장은 이를 거부하고 이사들을 회유해 이사장 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나눔재단은 이사 4명(홍헌호·김영소·김주원·권혜진), 감사 2명(홍원희·이희숙)으로 구성됐다.

 

업계는 조 이사장의 기부 규모 자체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조 이사장은 나눔재단뿐 아니라 함께걷는아이들 등 총 2개 재단을 운영 중이다. 

 

기부 내역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그룹(회장 조현범)은 2015년부터 8년 간 총 160억원을 기부했다. 부친 조 명예회장도 2018년부터 3년 간 90억원에 가까운 사재를 재단에 출연했다. 이 기간 조 이사장의 기부액은 약 4000만원이다.

 

한 중견 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은 "호암(이병철)·아산(정주영)·한화문화(김승연) 등 부친이 세운 재단에 자녀들은 매년 여러 형태로 큰 액수를 기부하는데 조 이사장은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취임 이후 이사진 구성, 공헌활동 규모 등을 보면 조 이사장이 재단을 사적 목적으로 활용하진 않는지 들여다 봐야하는데, 사실상 재단을 탈취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 조 이사장, 재단명 소송 직전 명분 없자 '조부까지 끌어들여 확전' 비판

 

조 이사장이 재산 상속을 위한 소송에만 열을 올리며 정작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재단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이은 패소에도 조 이사장은 결정에 불복해 지난 4월 법원에 재항고장을 제출했고 최근 대법원은 “상고 사유 없음”으로 최종 판결했다. 특히 아버지를 상대로 정신 감정 및 소송을 진행하며 동시에 뒤로는 돈을 달라고 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취소해주겠다며 조 명예회장 측에 "한국타이어 지분 5%를 나눔재단에 증여해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조 명예회장 측은 거부했다. 

 

조 이사장은 최근 재단 설립자는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자라며 아버지 조 명예회장 지우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나눔재단 관계자는 "우리 재단은 조홍제 창업자가 만들었다"며 "범 조씨 일가 복지재단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창업자는 재단 설립일(1990년) 훨씬 이전인 1984년 사망했고 재단 소개자료와도 맞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조 이사장은 재단 설립자인 아버지 및 가족 동의 없이 효성(曉星)그룹 창업자이자 할아버지 ‘조홍제’ 회장 이름과 호(만우)를 활용한 상표권까지 지난 6월 출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가족인 한국앤컴퍼니그룹은 물론 효성그룹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복지재단 관계자는 “갑자기 재단과 무관한 할아버지까지 끌어들여 이름을 바꾸는 건 재단명에서 한국타이어를 뺄 수 밖에 없게 되자 쥐어짜낸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조 이사장 측은 지난달 25일 특허법인 태평양을 통해 ‘만우미래재단’과 ‘만우조홍제재단’ 상표권을 출원하며 재단명에 ‘한국타이어’를 쓰지 못할 경우를 준비 중이다. 

 

■ 재계 관계자 “조 이사장, 사리사욕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야”

 

재계는 조 이사장의 이런 행보에 대해 황당하면서도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계는 조 이사장을 가정에서 육아를 담당하던 성실하고 평범한 주부로 알고 있다”며 “조 명예회장이 1970년대부터, 조현범 회장은 최근 10년 한국앤컴퍼니그룹(한국타이어)을 만들고 키운 것을 재계가 모두 아는데 조 이사장이 기업 및 경영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양래 명예회장이나 조현범 회장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은 조 명예회장이 30여년전 재단을 설립한 순수한 취지에 부합하는 새로운 복지재단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잠시 재단 운영을 맡겼을 뿐인데 조 명예회장 취지와 정반대로 가는 조 이사장 행보가 안타깝다"며 "향후 나눔재단을 지원할 계획은 없으며 조 명예회장 의지를 반영한 그룹 차원의 신설 재단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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