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정말 이중가격제로 관광산업에 찬물을 끼얹을까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지자체들 사이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만 물건과 서비스 가격을 높게 설정하는 이중가격제 검토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만, 관광자원을 유지하기 위한 재원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에서나 활용하는 제도를 일본이 도입하는 데에 대한 반발과 결제 시마다 발생하는 본인 확인을 위한 추가 절차와 소요인력 등도 무시할 수 없어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올해 6월, 효고현 히메지시의 키요모토 히데야스(清元 秀泰) 시장은 세계유산이자 일본 국보 중 하나인 히메지성의 입장료를 외국인은 인상하고 내국인은 인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히메지성의 입장료는 내외국인 구분 없이 1000엔이었지만 해당 안이 통과된다면 외국인은 기존보다 4배 이상 비싼 30달러를 내야하고 반대로 내국인은 5달러로 입장료가 저렴해지는데 키요모토 시장은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비용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왜 그 비용을 외국인들이 더 많이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뒤이어 오사카시의 요코야마 히데유키(横山 英幸) 시장 역시 유효한 방법 중 하나라면서 오사카성 입장료를 내외국인 별도로 책정하는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교토시의 마츠이 코지(松井 孝治) 시장은 대중교통 요금을 내국인만 저렴하게 부담하는 시민 우선 가격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워 시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국적에 따라 가격에 차등을 두는 이중가격제는 보통 화폐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개발도상국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일례로 이집트는 피라미드 입장료를 외국인에게만 9배 이상 높게 받고 있고 인도나 네팔 역시 관광지에서 외국인에게만 높은 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당연하겠지만 불공평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심지어 개발도상국도 아닌 일본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만 비싼 요금을 물리는 데는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있다.
내년에 열리는 오사카 세계박람회를 위해 올해 4월 일본을 방문한 국제박람회기구(BIE)의 드미트리 케르켄테즈 사무총장은 오사카부가 검토 중인 이중가격제에 대해 ‘방문객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고 오사카부의 관계자회의에서도 ‘왜 외국인에게만 더 큰 부담을 지우는지 조세조약과 헌법 14조를 포함하여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회의적 의견들이 나왔다.
특히 당장은 엔저로 관광객들의 방문과 소비가 활발하기 때문에 이중가격제 논란이 적을 수도 있지만 향후 엔고로 돌아선다면 관광산업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다수 있다.
또한 실제로 이중가격제를 실시한다고 해도 문제는 계속 된다. 당장 외국인 관광객과 일본에 거주 중인 외국인을 구분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도 없거니와 업계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과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가뜩이나 지금도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관광업계의 현황을 고려하면 이중가격제를 검토하고 도입을 준비하는 사이에 엔저가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
일련의 논란에 대해 릿쿄대학 관광학부의 니시카와 료(西川 亮) 교수는 단순히 가격만 따로 책정할 것이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체험과 서비스의 질을 함께 높여야만 이중가격제에 대한 납득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