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한화그룸 품에 안긴 한화오션 권혁웅 호(號), 1년만에 '두마리 토끼' 잡아
LNG운반선과 VLCC 수주 물량 상반기 수주 견인...지난해 부진 해소
2분기 마지막 실적 저점 예상...3분기부터 실적 개선 전망 잇따라
美 함정 MRO 시장 공략 순조로워... 36조원 규모 시장 진출 기대감 커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대표 권혁웅)이 지난해 4월 한화그룹 품에 안긴지 약 1년 3개월 만에 신(新)조선 수주 정상화와 방산 사업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신조선 수주 물량이 53억3000만달러(약 7조4000억원)를 넘어 지난해 1년 동안의 수주 물량 40억달러(약 5조5300억원)를 큰 폭으로 앞질렀기 때문이다.
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6척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7척을 상반기에 수주한 점이 수주 호조를 이끈 '효자'로 풀이된다.
또한 한화오션은 미국 함정 유지·보수(MRO) 시장을 공략해 새로운 방산 시장 개척과 그룹과의 시너지 모색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29일 글로벌 리서치업체 GII에 따르면 미국 함정 MRO 시장은 2022년 182억달러(약 25조2400억원) 규모이며 해마다 4.6% 성장해 2030년에는 265억달러(약 36조76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또한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상업용 도크(선박 제조 공간)를 보유한 필리조선소를 지난 6월 인수해 관련 사업 진출에 본격 나섰다.
한화오션이 4000만달러(약 550억원), 한화시스템이 6000만달러(약 830억원)를 투자해 총 1억달러(약 1380억원)가 투입된 필리 조선소는 향후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화오션은 물론 그룹 계열사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한 주인공은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63·사진)다.
'정통 한화맨'으로 불리는 권혁웅 대표는 지난해 5월 대표직에 취임하면서 "글로벌 조선 1위를 일궈낸 대우조선해양의 신화를 한화오션의 이름으로 보란 듯이 재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들어 급격하게 개선되고 있는 신조선 수주 현황과 방산 사업 확장 행보를 살펴보면 권 대표의 경영 전략이 하나 둘 씩 현실화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화그룹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해온 권 대표는 한화오션 그리고 한화그룹 계열사의 성장을 위해 야심찬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우려 섞인 시선 비웃듯 상반기 수주 '엄지척'
한화오션은 매년 1월에 발표하는 선박 수주 목표치를 올해는 공개하지 않았다. 경쟁업체인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135억달러(약 18조6900억원), 97억달러(약 13조4300억원)의 수주 목표치를 제시한 것과는 다른 행보인 셈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한화오션이 2023년 수주 목표 69억8000만달러(약 9조6700억원) 가운데 40억달러만 수주해 부진한 수주 실적을 기록해 올해에도 수주 부진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오션은 지난 2월 열린 ‘2023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단기 실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적과 성장성의 방향”이라며 ‘선별 수주’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전략을 내비쳤다.
이후 선별 수주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 온 한화오션은 올해 상반기 기준 △LNG 운반선 16척 △VLCC 7척 △암모니아 연료전지 추진 암모니아 운반선(VLAC) 2척 △초대형 가스 운반선(VLGC) 1척 △해양 플랜트 1기 등 총 53억3000만달러(약 7조4000억원)를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거둔 전체 수주 금액 40억달러를 뛰어넘는 숫자다.
게다가 한화오션은 증권가에서 예측하는 올해 수주 목표 70억달러(약 9조7000억원) 가운데 76%를 상반기에 이미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올해 수주한 선종(선박 종류) 가운데 LNG운반선과 VLCC가 대부분을 차지해 눈길을 모은다. 특히 지난해 LNG운반선 5척, VLCC 0척을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수주 역량이 한층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LNG운반선은 상선 가운데 가장 고부가가치 선박이라고 할 수 있으며 VLCC는 컨테이너선과 함께 고부가가치 2, 3위를 다투는 선종”이라며 “한화오션 계획대로 선별 수주는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분기 한화오션 IR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VLCC 등 다양한 크기의 원유운반선 발주가 늘어나고 있다”며 “중국 조선소의 원유운반선 슬롯계약(선박 건조 공간 선점)은 대부분 2026년까지 마감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에 따라 한국 조선사의 VLCC 수주 증가가 기대된다”며 한화오션이 앞으로 상당량의 VLCC를 수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뉴스투데이>에 “2026년까지 슬롯계약에 가장 여유가 있는 기업은 한화오션”이라며 “또한 한화오션은 VLCC 인도 경험도 국내 조선사 가운데 가장 많아 한화오션이 전 세계 VLCC 발주 증가에 따른 수혜를 가장 크게 볼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조선업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 세계에서 운항중인 VLCC 918척 가운데 20%인 184척은 한화오션이 건조했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이 VLCC 선종 분야에서 글로벌 1위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LNG운반선 수주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중동 카타르 LNG 프로젝트가 진행돼 수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VLCC 업황도 지속적으로 회복해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영업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수주 호조로 그동안 줄어들었던 수주잔고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수주잔고는 누계 수주 물량에서 인도선박을 제외하고 향후 건조해 공급할 남은 물량을 뜻한다. 즉 수주잔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향후 수년 동안 안정적으로 건조·인도할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수주잔고 증가로 향후 신조선 수주 때 선가(선박 가격) 협상능력이 강화되는 것도 장점이다. 선박 공급자(조선사)의 일거리(수주잔고)가 충분히 쌓여있기 때문에 수요자(선사)보다 상대적으로 협상능력이 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나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한화오션의 지난해 1분기 수주잔고는 300억달러(약 41조5300억원)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서 유지됐다. 다만 지난해 수주 부진에 따른 여파로 수주잔고는 꾸준히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수주가 다시 늘어나 올해 3월 기준 수주잔고는 298억달러(약 4조2500억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수주가 전량 데이터에 반영되면 수주잔고가 다시 300억달러(약 41조6220억원)를 웃도는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대다수 증권사는 한화오션이 올해 2분기 실적 저점을 찍은 후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오션은 올해 2분기 매출 2조5361억원, 영업손실 96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9.3%, 94% 증가한 것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이 3분기에는 영업이익 580억원, 4분기 영업이익 85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점쳤다.
이 같은 실적 상승은 약 2년 전에 고가로 수주한 선박이 정상적으로 건조된 후 ·인도되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올해 1분기 59만7000CGT 물량을 건조해 지난해 1분기 건조량(39만9000CGT)를 크게 앞질렀다.
이는 올해 1분기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야드(선박 건조 공간)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생산성이 대폭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CGT는 수주 물량에 부가가치를 반영한 단위 값을 뜻한다.
■ 美 함정 MRO 시장 공략 본격화
한화오션은 지난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 조선소를 인수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미국 함정 건조 및 MRO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은 미 함정 MRO 사업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화오션은 이달 22일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 MSRA는 미 함정의 MRO와 정비를 위해 미국 정부와 일반 조선업체가 체결하는 협약이다.
한화오션은 통상적으로 1년 이상 걸리던 MSRA 인증에 필요한 기간을 7개월로 대폭 단축했다.
이는 한화오션과 미 해군 인증기관 NAVSUP(미해군 보급체계 사령부)이 적극적으로 협력했고 한화오션이 보유한 함정 기술력과 정비 관련 인프라가 미 해군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번 MSRA 획득으로 미 해군의 함정 정비 사업 참역가 본격화됐다”며 “한화오션은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을 기반으로 글로벌 방산 시장 진출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