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노태우 전(前)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해 비자금 재조사와 이에 따른 과세를 할 길이 열렸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과세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비자금을 과세 당국인 국세청이 '불법 통치자금'으로 여겨 과세를 본격화하면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6공화국의 비자금 실체가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
■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 "노태우 비자금 과세 위한 시효·법령 검토 추진해야"
18일 재계와 관계 당국에 따르면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900억원대 자금의 과세 여부를 묻는 질문에 "시효나 관련 법령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강민수 후보자는 12·12 군사쿠데타 성공에 기반해 조성된 불법 통치자금은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되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900억원대 자금이 6공화국 불법 통치자금이 맞고 이에 따른 시효·법령에 문제가 없으면 과세할 수 있음을 내비친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이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비롯됐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선경(SK) 측에 300억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 돈을 노 전 대통령 비자금으로 추정했다. 결국 300억원이 1조3800억원에 이르는 재산분할을 결정하는 핵심 근거가 됐다.
당시 김옥숙 여사 메모에는 '선경' 꼬리표가 달린 300억원 외에 가족 등에게 각각 배정한 604억원이 더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노 전 대통령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이 메모지 한장을 통해 30여 년 만에 세상에 알려진 셈이다.
비자금에 대한 정치권의 비난도 날카롭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904억원은 음지에서 양지로 처음 나온 돈이고 불법 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국세청에서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며 증여세 부과를 촉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 국세청의 비자금 과세 가능성과 법적 근거는
법조계에서는 과세 당국이 김옥숙 여사 메모를 통해 인지한 시점인 2심 판결일(2024년 5월 30일)을 기준으로 과세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하면 해당 재산의 상속·증여가 있는 것을 인지한 날부터 1년 내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두환 전 대통령 아들 전재용 씨도 비슷한 사례로 증여세가 낸 적이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과세 당국이 노 전 대통령 비자금에 과세 절차에 나서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비자금 실체가 밝혀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비자금 조성 시기가 30년 이상 지나 자금을 면밀하게 추적해 실체를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국회 청문회를 통해 노 전 대통령 비자금에 대한 과세 가능성이 처음 제기돼 향후 비자금 조사와 이에 따른 과세, 그리고 법적 절차가 최 회장-노 관장 대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