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대량 사직’ 오히려 기회…종합병원 의료 시스템 개선되나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국내 상급 종합병원의 의료 시스템 개선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공의들의 이탈로 속출한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보완해 의료 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상급 종합병원의 전공의 채용률을 낮추고 전문의 활용 빈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상급 종합병원 의료 시스템을 손볼 계획이다.
16일 의료계는 정부의 복귀 종용에도 불구하고 전국 수련 병원 221곳 1만2662명의 전공의들이 소속 의료기관을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출근하고 있는 전공의는 8%(1094명) 수준이며 지난 4일 정부가 사직서 수리 방침을 밝히자 69명이 그만뒀다.
그동안 상급 종합병원들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1‧2차 의료기관에서 치료가 가능한 경증 환자들까지 진료해왔다. 가정의학과에서 진료를 본 뒤 관련 과로 옮기는 형태가 성행했다. 이 같은 진료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전공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의료기관을 이탈하자 이 같은 진료행위가 불가능하게 됐다.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상급종합병원은 적자 늪에 빠져 경영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우리(병원)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라 정부의 조치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면서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과 9월 전공의 모집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의 상급종합병원들은 이른바 버티기 작전에 돌입했다. 전공의 없이 병원을 운영하면서 필요한 인력을 대체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진료 및 병동 축소로 경량화 작업에도 돌입했다.
서울 상급 종합병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버텨야 한다”면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전공의들에 의해 진료 시스템이 운영되던 것이 멈춰서면서 각 종합병원들은 고육지책으로 버텨내고 있다. 이 같은 노력들이 계속 이어진다면 상급 종합병원의 진료 시스템이 긍정적으로 개선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 팀장은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의료 개혁은 20년 숙원 과제”라면서 “상급종합병원에서 전공의들은 수련만 집중하고 전문의가 일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이탈에 따른 상급종합병원의 위기는 국내 의료시스템이 올바르게 개혁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