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3.50% 유지…12회 연속 동결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환율 불안과 가계 부채 급등 우려 속에 기준금리를 12회 연속 동결했다.
금통위는 11일 오전 올해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2월 이후 12번째 연속 동결이다.
물가 지표가 완만한 둔화세를 보이며 긴축 완화 여건을 갖춰가고 있지만 내수 경기와 금융 불안 요인이 상존하면서 관망세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지속되면서 이번에도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발표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신중론이 이어지며 등 미국 금리 인하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 물가 상승률도 둔화세를 보이며 9월 인하 기대가 높아졌지만, 6월 FOMC 점도표에서 연내 금리 인하 횟수가 기존 3회에서 1회로 축소되며 인하 시점 또한 예상하기 어려워 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9일(현지시각) 의회에 제출한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물가 하락세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더 나와야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연준보다 금리를 먼저 내리긴 부담이다. 현재 2%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 금리 역전 차가 더 확대되면 원/달러 환율 상승을 다시 부추길 수 있고 이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도 커지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앞서 5월 중순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벌어지면서 1400원대까지 뛰었다. 이후 최근까지 1380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선제 금리 인하에 나서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물가 또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11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왔다. 다만 아직 한은의 목표 수준(2%)에는 이르지 못한데다 고환율과 공공요금 인상, 여름철 농산물 가격 변동성 확대 등으로 다시 2%대 중반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도 들썩이고 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6조3000억원으로 작년 8월(7조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올해 상반기 주담대 누적 증가 규모 또한 26조5000억원으로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3년 내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 예상 시점도 늦어지고 있다. 시장은 미국은 9월, 한국은 10월에나 기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8월 첫 인하 전망을 유지하나 9월 FOMC에서 인하 확률이 80% 이상 수준으로 뒷받침 돼야 한다”며 “이번 금통위에서 인하 소수의견 1인이 개진되더라도 8월 실제 인하 여부는 여전히 미국 경제 지표로부터 독립적이기 어렵다고 사료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금통위에서 인하 소수의견 1인이 개진된다면 첫 인하 시점은 빠르면 8월, 늦어도 10월이 유력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