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생명 인수 나선 우리금융…생보업계 판도 변화 '촉각'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에 나서면서 생보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권 내 판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경계하는 모양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까지 매각조건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
우리금융은 그간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증권업, 보험업 진출을 모색해 왔다. 지난달에는 이사회에서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의 합병방식을 통한 증권업 진출을 결정하고 현재 감독당국의 승인절차를 밟는 중이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계열사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은 롯데손해보험 예비입찰에 참여해 실사를 마쳤으며 현재 본입찰 참여 여부를 논의 중이다.
우리금융이 증권업과 손해보험업 진출을 동시에 추진 중인 상황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에도 나서면서 생보업계에도 판도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자보험은 그간 한국시장 철수를 추진해 왔다. 지난해에는 ABL생명을 매물로 내놨으나 매각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동양생명의 경우 꾸준히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며 ABL생명 매각 이후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면 우리금융은 단숨에 업계 6위의 생보사를 품에 안게 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자산규모는 32조8957억원이다. 이는 업계 7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ABL생명의 경우 17조3846억원으로 12위애 해당한다. 양사의 자산규모를 합하면 50조2803억원으로 6위사인 미래에셋생명(33조462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5위인 NH농협생명(58조5083억원)에는 8조2281억원 차이로 따라붙게 된다.
인수 이후 영업 전략에 따라 업권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확대될 수도 있다. 자산규모 기준 순위는 한 단계 오르는 것에 그치지만 우리은행과의 시너지를 내 빠르게 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두 회사의 자산규모를 더하면 중위권 생보사의 업권 내 순위가 소폭 변동될 수 있다"면서 "이 외에 단기적으로는 업계의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금융이 중위권에 머무르기 위해 보험사를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보험은 결국 영업력 싸움이고, 강력한 영업 드라이브로 순익 확대를 꾀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로 편입된다면 자산관리(WM) 등 은행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우리금융이라는 이름을 달게 되면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영업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금융이 이날 마감되는 롯데손보 매각 본입찰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만큼 매각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황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동양‧ABL생명을 인수하려면 수조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인수전에서도 '오버페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는데, 손보업계보다 전망이 어두운 생보업계 진출에 수조원의 자금을 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매각 성사 여부는 결국 가격에 달려있다"고 했다.
우리금융이 실제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할지는 미지수다. 이제 실사에 들어가는 단계이고 다자보험과 체결한 양해각서도 비구속적인 만큼 변수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비은행 강화를 위해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나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인 만큼 실사 결과에 따라 인수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