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에서의 '회생'을 격려하는 전우애로 업무 수행에 탄력받아(상)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94-1기 고급과정(대대장반)’과정에서 대형 교통사고로 끝없이 추락하며 군생활 포기까지 생각했던 길고 길었던 재활치료 기간에 이렇게 지팡이를 짚은 DJ대대장으로 성과있고 보람찬 근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 (190)잔인한 4월도 나에게는 축복이었다(상) ~ (199)군생활 포기까지 생각했던 재활의 시련⑦ 참조
필자가 지휘했던 대대본부의 위치가 경부고속도로 청주 톨게이트와 인접해 있어 재임기간 동안에 수많은 손님을 맞이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그동안 알고 지냈던 많은 지인들이 찾아와 교통사고 재활치료로 고생하다가 어렵게 대대장으로 취임한 필자를 격려해주는 혜택도 있었다.
취임 초기에 유달리 많았는데 2월 경 육사 동기생들도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동기들을 추모하러 내려가다가 가로수 터널에 위치한 청원대대를 들렸다. 또한 전 근무지였던 무적태풍부대에서 직속 상관인 작전참모로 함께 근무하며 많은 가르침을 주었던 김형배 선배도 찾아와 대대장 노하우를 전수해주었다.
그밖에 고등학교 동창인 이상엽 부부가 4월경에 드라이브하다가 불시에 대대를 방문해 대대원들을 격려하며 필자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어 너무도 감사한 시간도 되었다.
그러나 상급부대의 검열관들이 사단을 검열할 때에도 사단본부 방문후 예하대 확인시에는 교통 편의를 고려해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가까운 청원대대를 수시로 불시에 방문하여 모든 검열에 감초 역할을 했다. 덕분에 대대원들은 예정에도 없던 검열을 대비하여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 휴일에 연대장 주관으로 운동과 여흥의 시간이 주중에는 보다 더 업무에 집중하는 분위기로 조성
대대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연속된 군사령부 전술토의, 예비군 교장 사열, 사단장 초도 업무보고로 바쁘게 지냈지만 연대장 중심으로 대대장과 참모들이 똘똘 뭉치며 전우애를 다지는 테니스 대회나 문경새재 등반 등 야유회 기회도 많았다.
굵직하고 상급부대의 관심을 집중하게 만든 임무를 수행할 때마다 연대장(신현정 대령, 삼사9기)은 휴일이 되면 대대장과 참모들의 격려 모임을 주최해 평소부터 원할한 소통을 통해 상호 협조를 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전우애를 다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면 주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데 연대장은 그동안 대인관계를 잘했던 탓인지 연대장의 동기생 뿐만아니라 기관장들까지 적극 협조를 해주어 여유있고 풍요로운 힐링시간이 되었다.
단지 지팡이를 짚은 DJ 대대장인 필자는 테니스 경기에 참여를 못하고 심판만 주로 담당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오히려 가족이 더 열심히 테니스 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허나 운동 경기 후의 뒷풀이 회식에서 필자는 음주마저도 거부할 수 없어 대부분 과음하는 경우가 많았다.
돌이켜보면 너무 잦은 주말 모임으로 일부 거부감도 있었지만 평일 뿐만 아니라 휴일까지도 연대장에게 지휘주목할 수 있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고, 휴일에 연대장 주관으로 휴식과 여흥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주중에는 보다 더 업무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세월이 많이 흘러간 지금은 연대본부 테니스 코트와 야유회를 했던 쌍곡계곡과 문경새재 트래킹 등의 그 당시 시절이 오히려 그립기도 하며, 항상 이런 모임을 준비해 사기를 올려준 연대장이 고마웠다. 또한 덕분에 필자는 대형 교통사고로 인한 끝없는 추락에서 벗어나 회생을 격려하는 전우애로 탄력받아 업무 수행을 더 잘할 수 있었다. (하편 계속)
◀김희철 프로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