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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이슈 진단 (111)

신속하지도 않고 기술력 보유한 중소기업에 불리한 신속시범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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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4.06.24 11:23 ㅣ 수정 : 2024.06.25 08:53

군 소요와 직접 연결되지 않은 데다, 중소기업 비중이 적고 기술력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워

한국의 방위산업이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산재한 다양한 문제들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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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전쟁기념관 이병형홀에서 개최된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장 초청 ‘미래혁신융합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변용관 원장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한국방위산업학회]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각) 폴란드 국방부 장관과 ‘제2차 국방·방산협력 공동위원회’ 개최 후 “2022년 양국이 맺은 방산 총괄계약은 유효하며 2차 이행계약은 9월 완료 목표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날인 19일에는 루마니아 국방부 장관과 회담에서 1조3천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도 결정됐다. 이렇게 올해 우리 방산수출은 200억 달러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하지만 방산수출의 낙수효과가 별로 없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점차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한국방위산업진흥회·한국방위산업학회는 전쟁기념관에서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이하 신속원) 원장 초청 ‘미래혁신융합포럼’을 개최했다. 최근 러-우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방위사업의 신속성이 강조되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이날 행사에서 변용관 원장은 신속시범사업 등 신속획득제도와 진행 중인 주요사업들을 설명했다.

 

채우석 학회장 등 방산 전문가, 양산사업 지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표명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이날 포럼에서 “우리나라가 ‘빨리빨리’로 유명한데 국방 쪽은 그렇지 못했다”면서 “현재의 신속시범사업을 세계적 트렌드에 맞게 주요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이 사업이 군 소요와 직접적인 연결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은 우리 방위산업 생태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채 회장의 지적은 신속시범사업이 시범 운용과 성능 입증시험을 통해 군 활용성이 확인된 이후 무기체계 소요를 반영하는 구조여서 양산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신속시범사업은 아직 최종 단계까지 진행된 사업이 없어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신속시범사업’의 전신인 ‘신속시범획득사업’이 시범 종료 후 양산사업이 나오는데 2년 정도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이런 우려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와 관련,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초에 군 소요 없이 시제품을 개발하고 성공하면 긴급소요로 제기하는 특이한 방식이어서 한계가 크다”고 주장했고, 최기일 상지대 교수는 “사업 시작 단계부터 방위사업청의 재원 마련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신속획득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이정석 전 국방과학연구소 무인기체계개발단장은 튀르키예의 사례를 들면서 “개발-시험평가-양산 프로세스의 중첩 수행으로 획득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기업 제안 과제가 대다수 차지하고 제안서 평가방식도 중소기업에 불리

 

시범 운용 후 사업이 종료되는 ‘신속시범획득사업’의 가장 큰 문제였던 시범 참여업체의 양산사업 경쟁 탈락 문제는 ‘신속시범사업’으로 제도를 변경하면서 시범 참여업체와 최초 생산물량의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함으로써 해결됐다. 이러한 방위사업청의 제도 개선 노력에도 신속시범사업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다. 

 

먼저 신속시범사업이 민간의 신기술을 곧바로 군에 도입해 약간의 연구개발을 거친 후 활용하기 위한 사업임에도 신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보다는 방산 대기업이 제안한 과제가 상당수 선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2∼23년간 선정된 12개 사업을 살펴보면 대기업 규모의 업체가 9개, 국방과학연구소 1개로 중소기업은 2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신속시범사업 업무관리 지침에 따르면, 실무위원회의 심의·조정을 거쳐 연구개발실행계획에서 목표성능의 하향 조정, 사업비용의 증가, 사업 기간의 연장 등을 할 수 있다. 연구개발 간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보이지만, 한편으론 현행 제안서 평가방식의 한계 탓에 기술력이 부족한 기업이 선정될 경우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는 현행 제안서의 평가요소들이 실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보다 방산 대기업에 유리한 상황인 데다, 6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제안서 작성 분량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평가위원 구성, 짧은 평가 기간 등을 고려해 볼 때 제안한 성능을 달성할 기술력 보유 여부에 대한 현장 확인 등 실질적 평가보다는 제안서에 언급된 내용 자체의 심사에 머무르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기술력 보유한 중소기업 우선의 사업 추진 가능하도록 경쟁 환경 검토 필요

 

‘방위력개선사업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 제26조(증빙자료 등 현장 확인)에 따르면, 통합사업관리팀장은 제안서 평가 전에 관련 분야 전문가로 현장 확인반을 구성해 현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신속시범사업은 신속한 사업 추진을 이유로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장 확인이 이뤄져도 기술력 보유 여부보다 연구인력 수, 특허 보유 등 업체가 제출한 제안서 증빙자료를 확인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려면 신속시범사업 업체 선정 과정에서 대기업보다는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 우선의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경쟁 환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안서 분량도 현재보다 대폭 줄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경쟁할 경우 중소기업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평가요소는 보완하되, 기술 성숙도를 제대로 살펴서 평가할 방안이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 그래서 기술력이 부족하면 비록 대기업이라도 감히 도전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신속시범사업은 속도가 생명이다. 제도는 속도를 중요시해서 만들어놓고 실제 적용은 속도와 무관하게 진행될 경우 신속획득 제도를 만든 의미가 없다. 또한,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 방산 생태계는 왜곡되고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방위사업청과 신속원은 물론 방산기업들도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각자의 영역에서 반칙을 배제하고 합리적 도전과 기술 경쟁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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