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기자 입력 : 2024.06.21 07:27 ㅣ 수정 : 2024.06.21 07:27
동양생명, '하나금융 인수설'에 주가 급등락…"사실 아냐" 부인 최대주주 다자보험그룹, 지난해 ABL생명 매각 추진했으나 무산 보험업계 "ABL생명 매각 성사되면 다음은 동양생명 차례일 것" 수익성·영업력 확대에 마케팅 강화까지…하나‧우리 인수후보 거론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동양생명의 주가가 매각설 영향에 급등락하면서 사측은 매각 여부와 관련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기업가치를 제고하면서 매물로서 매력도는 커지는 모양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이달 18일 하나금융지주 인수설에 대해 "당사의 최대주주와 확인한 결과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공시했다.
하나금융 인수설은 뤄셩 동양생명 이사회 의장이 하나금융 측과 접촉해 매각을 논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제기됐다. 보험업 강화가 필요한 하나금융이 동양생명 인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매각설 제기된 지난 18일 동양생명의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5240원에 거래를 시작해 상한가인 681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18일 장 마감 이후 매각설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고 19일 6500원으로 출발한 동양생명 주가는 6290원으로 3.23% 하락 마감했다. 장중에는 8.61% 하락하며 594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동양생명은 그간 꾸준히 잠재적 매물로 거론돼 왔다.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국내 보험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 다자보험은 지난해 ABL생명 매각에 나서기도 했으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실패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시점의 문제일 뿐 동양생명 매각은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동양생명이 다자보험이 해외자산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면서 ABL생명 매각을 먼저 성사시킨 뒤 동양생명을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자보험이 ABL생명 매각을 재개하면 다음은 동양생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국내 생보업계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아 ABL생명과 동양생명 모두 매각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매각이 진행된다면 비은행 부문 강화가 필요한 금융지주가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수설이 돌았던 하나금융 외에 최근 증권업에 재진출한 우리금융이 거론된다. 하나금융은 보험계열사가 존재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우리금융은 보험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우량 매물'로 평가되는 동양생명을 인수하면 생명보험업계 중위권으로 단숨에 도약할 수 있다.
동양생명은 매각설에 대해 부인했지만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지속하면서 매물로서 매력은 커지는 모양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의 장래 이익 지표로 꼽히는 계약서비스마진(CSM)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동양생명은 올해 1분기 885억원의 당기순이익(별도기준)을 거뒀다. 이는 전분기 대비 13.1%, 전년 동기 대비 43.5% 성장한 규모다. 1분기 신계약 CSM은 전년 동기에 비해 15.9% 상승한 2043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CSM 규모는 연초에 비해 5.9% 확대된 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동양생명은 마케팅도 강화하는 모양새다.
이달부터는 2013년 이후 약 10년 만에 브랜드 광고를 재개하면서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영업력 강화에 나섰다. 서울 및 경기도 주요 지역을 경유하는 시내버스 약 200여대에 '수호천사를 만나다'라는 카피의 랩핑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8월부터는 동양생명 브랜드 캐릭터 '젤로디'를 등장시킨 유튜브 광고도 진행할 계획이다.
동양생명이 10년여 만에 브랜드 광고를 재개하면서 이문구 대표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마케팅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3월 취임한 이 대표는 취임 전까지 동양생명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역임하며 CPC부문장과 FC부문장 등을 맡았다. 동양생명의 마케팅 전략을 총괄한 것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이번 광고를 시작으로 보다 다양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고객과 만나며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제도변경 영향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실현했다"면서 "앞으로도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한 신계약 매출 증대 및 전속조직 확대를 통한 영업력 강화를 바탕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